연말→연초에 보기 좋은 영화

올해도 이제 안녕...잘가...

벌써 올해 마지막 달력이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마지막 잎새마냥 붙잡고 싶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i>이럴 땐 뭐다? 영화다. </i>일년을 정리하며, 올 한해 있었던 근심과 걱정은 모두 털어 버리고 다가오는 신년을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 영화로 지친 영혼을 달래보자. 송년회, 가족여행 등 각자가 올해를 정리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영화처럼 가성비 좋은 계획은 없을 것.

멋진인생

영화 <멋진인생> 스틸컷

흑백 영화인데 흑백영화로 기억되지 않는 매직을 발휘하게 하는 작품 캐프라 감독의 <멋진인생> 이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봉사하며 살아온 조지 베일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극단적인 결정을 하기에 이른다. 빌리 삼촌이 사업비를 잃어버리고, 책임을 지려던 조지는 감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회사는 파산하는 등 안 좋은 일이 줄줄이 터졌기 때문이다. 그런 그 앞에 수호천사 클라란스가 나타나, 조지가 태어나지 않았을 세상을 보여준다. '내가 만약에 없었다면?'이라는 상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작품을 통해 극단적인 결정만이 선택지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성탄절부터 연말, 연초까지 가족이나 친구와 보며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터널 선샤인

영화 <이터널선샤인> 스틸컷

연관검색어처럼 <이터널 선샤인>을 생각하면 눈이 떠오른다. 흰 눈에 남녀가 누워 있는 유명한 장면이 있지 않은가! 사랑이야기로 치부하기엔 아쉬울 정도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조엘이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을 한다는 내용인데, 지우면 지울수록 지우려는 원래 목적은 옅어지게 된다.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관계가 소실되거나, 내가 아닌 사람이 될 것인가. 사랑이나 행복 등 감정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등등 연말연시에 하기 좋은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물론 영상미도 빼놓을 수 없고 말이다. 마니아가 많은 만큼 많은 이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니 아직 안 봤다면 어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시길.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컷

내 하루를 등가교환한다면, 과연 무엇이 적당할까.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 요소를 차치하면서 채운 내 하루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자전거 사고로 찾아간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 앞에 의문의 존재가 나타나 '남은 날이 하루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수명을 늘리기 위해 세상에서 어떤 것이든 한 가지를 없애자고 한다. 첫째 날에는 전화가 없어졌고, 결론적으로 첫사랑의 그녀와의 추억이 사라졌다. 둘째 날에는 영화가 없어지는데, 그러면서 절친과의 우정도 사라지고 만다. 친구는 더 주인공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어 시계,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고양이가 사라질 상황이 처한다. 기억과 추억 등 하나씩 사라지면, 주인공의 인생은 어떻게 변화할까. 주인공의 선택에 과몰입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스틸컷

도라에몽이 좋아하는 도라야키(단팥빵)를 파는 작은 가게에 한 할머니가 찾아온다. 할머니의 솜씨 덕에 도라야키는 인기를 끌게 된다. 도라야키를 파는 곳에서 인생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잘 영근 팥들 사이 불순물과 쭉정이를 골라내고, 팥을 소중하게 잘 닦아 내고, 삶아내는 과정은 삼키던 숨까지 참게 만들게 한다. 심혈을 기울여 무언가에 집중하고, 무언가를 쏟아낼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전수하고 이어내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감히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 펼쳐지는 아름다운 정경과 분위기 또한 작품에 빠지는 매력이 된다.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연말, 조용하게 작품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i>연말 추천 영화 더 있어요! </i>

드링킷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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