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兆 빌려 그 이상 번다는 HMM 인수…무조건 남는 장사는 아니다'

HMM 인수 회사는 장부상 이익 볼 것
문제는 인수 직후 해운업 불황
컨테이너선 공급↑·원달러 환율 하락세 영향
벌크선 늘리는 등 다각화 노력 필요

국내 최대 해운회사 HMM을 인수할 우선협상 대상자가 이번 주 안으로 결정된다. 해운업계 불황기가 찾아오고 있는 만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HMM 인수자는 신중하게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채권단은 이번 주 HMM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전망이다. 이번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산은과 공사가 보유한 3억9879만주다. 현재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써낸 가격은 6조3000억원에서 6조4000억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사는 자체적으로 약 3조원은 마련했으나 나머지 가격에 대해선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아 돈을 빌려야 한다. HMM을 인수한 회사는 장부상 무조건 이익을 보는 구조다.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0조원이다. 말하자면 3조원을 더 구해서 인수만 하면 약 3조원의 현금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양사가 무리해서 인수해도 ‘남는 장사’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HMM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여의도 파크원타워에 있는 HMM본사.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문제는 인수 후 해운업황이 어려워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HMM이 집중하고 있는 컨테이너 해운업이 불황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수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일 1010.81p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때 5000p까지 올랐던 운임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운임지수가 하락한 이유는 컨테이너선 공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컨테이너선이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 규모는 2770만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로 역대 최대치다. 앞으로 만들어질 컨테이너선도 많다. 싱가포르 해운·항만 분석기관 라이너리티카는 코로나19 기간 특수를 누린 해운업체들이 발주했던 컨테이너선 인도량이 2025년까지 계속 증가한다고 했다. 올 한해 인도량은 220만TEU이며 내년 인도 예정인 컨테이너선은 300만TEU로 391척이다.

더불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고 있는 점도 해운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금을 달러로 거래한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익성이 낮아진다. 지난달 1357.5원까지 치솟은 환율은 1290원~1300원대를 오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년에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환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낸다. 투자자 입장에선 위험자산에 속하는 원화에 더 투자를 많이 하게 되고 달러에 비해 강세를 보이게 돼 환율이 하락한다.

이같은 불황에 대비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HMM이 앞으로 컨테이너선 중심 매출구조에서 벗어나 벌크선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벌크선은 곡물, 철광석, 석탄 등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하는 드라이벌커와 원유를 싣는 유조선, 자동차운반선 등을 가리킨다. 벌크선 운임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대표적인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일 3192p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월 538p까지 떨어졌다 다시 회복한 것이다.

운임 상승 이유로는 계절적 요인이 꼽힌다. 겨울을 맞아 연료와 곡물을 비축하는 국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이같은 호재가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류희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문연구원은 내년 전 세계 원유 수요가 2.3% 증가할 것으로 바라봤다. 황수진 KMI 부연구위원은 철광석 운반선(케이프선)과 관련해 “철강 산업 회복에 따른 원재료 수요 증가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MM은 새 주인을 맞이하기 전 이미 벌크선을 늘리기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 10월 벌크선 4척을 1조2800억원에 장기 대여 계약을 맺었다. 벌크선 대수를 지난해 말 29척에서 올해 35척까지 늘렸으며 내년에는 46척으로 늘릴 예정이다. 2026년까지는 55척까지 규모를 키운다. 지난 3월에는 자동차 운반선 3척을 발주하기도 했다. 2002년 이후 21년 만에 건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해당 사업에 재진출하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봤다.

산업IT부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