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대폭 확대에 업계 '환영' vs 의료계 '반발'(종합)

업계 "정부, 제도개선 필요성 인지…환자 부담 줄일 것"
의료계 "즉시 철회해야…국민건강 해칠 것"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보완방안을 내놓자 비대면진료 서비스 업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의료계는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관계자는 정부의 보완방안에 대해 "시범사업이 6개월 차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1일 전했다. 원산협은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4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초진 비대면 진료의 허용 대상 시간과 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오는 15일부터 시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보완방안에는 ▲재진 기준 완화 ▲초진 대상 확대 ▲예외지역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보완방안에 따라 15일부터는 최근 6개월 내 병·의원에서 직접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질환과 무관하게 해당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대면 진료 후 '동일 질환'에 대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초진 비대면 진료 대상도 늘린다. 먼저 휴일과 야간(오후 6시 이후) 등 의료 취약 시간대에는 초진이더라도 누구나 비대면으로 진료받을 수 있게 된다.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지역도 일부 산간 지역에서 전체 시군구의 39%에 해당하는 응급의료 취약지역으로 넓힌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시군구다. 모두 98개 시군구가 응급의료 취약지역에 해당되는데, 이는 전체 250개 시군구의 39.2%에 달한다.

비대면진료 업체들은 보완방안 시행에 맞춰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준비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사실상 사양화되면서 건강 상담이나 병원진료 예약, 영양제 판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명해왔다. 비대면진료 서비스 자체를 접는 곳도 속출했다. 한 비대면진료 업체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준에 철저하게 맞춰서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용자의) 응급의료 취약 지역 여부를 확인하고, 바뀐 비대면진료 기준을 이용자들에게 홍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진 기준을 완화한 점에 대해서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산협 관계자는 "동일 질병에 한해서만 재진을 허용한다는 기준을 삭제한 건 합당한 개선"이라 평가하며 "동일질병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의료진의 부담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휴일과 야간에 한정해 초진을 허용한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은 원래 야간과 휴일의 진료 비중이 높지 않아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초진이 허용되는) 야간에는 약국이 문을 닫는데, 비대면진료 후 처방받은 약을 약국에서 찾아오라는 건 모순이다. 이 부분은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면 의료계는 논의를 거치지 않은 방안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과잉진료나 오진,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비대면진료의 확대에 반대해왔다. 의협은 이날 정부가 보완방안을 발표하자 입장문을 내고 "의료계와 협의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비대면 진료 대상 확대발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번 보완방안이 초진 전면 허용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하며 "비대면 진료 과정과 관련해 기본적인 대원칙들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향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을 공언했음에도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현재와 같은 방안을 졸속으로 마련했다"고 꼬집었다.

휴일·야간 비대면진료 확대 조치가 의약물 과다처방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의협은 "휴일·야간 초진 대상으로 확대한 응급의료 환자의 경우, 오히려 대면 진료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즉각적으로 약을 수령할 수 없음에도 비대면진료만 가능하므로 단순 약처방만 받고자 하는 부적절한 의료 이용의 행태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마지막으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치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확대는 국민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그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약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비대면진료 보완방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약사회는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과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의약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오늘 확대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통보했다"면서 "(확대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과 보건 의료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바이오중기벤처부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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