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올해 중국의 복권 판매가 지난해와 비교해 5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권 판매 증가는 중국 경기 불황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로 팍팍해진 삶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서민들 사이에서 인생 역전 '한방'을 노리는 사행 심리가 확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0일 중국 신문망 등 현지 매체들은 중국 재정부 발표 자료를 인용해 지난 1~10월 누적 복권 판매액은 4758억7600만위안(약 86조20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중국인 1인당 평균 복권 구매액은 약 340위안(약 6만1000원)이었다.
중국의 복권 판매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 1월 332억위안(약 6조원)이었던 월 판매액이 2월과 4월에 각각 400억위안(약 7조2000억원)과 500억위안(약 9조원)을 넘어섰고, 9월에는 528억위안(약 9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복권 판매가 증가하면서 판매업체도 덩달아 늘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신규 등록한 업체가 작년보다 38%나 증가했다.
도심 번화가나 관광지에는 복권 판매상들은 물론 '복권 자동판매기'가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미니 복권 판매기를 갖춘 택시'도 등장했다.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구직난 속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탕핑족(?平族)'이나, 부모에게 의존하는 '전업 자녀' 등 청년층에서 요행을 노리는 복권 구매가 특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복권 판매점 업주는 "최근 복권 구매자 상당수가 젊은 층"이라며 "재미 삼아 사기도 하지만, 수위안에서 수십 위안을 투자해 운이 좋으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기념일에 복권을 주고받는 등 '복권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안방(安邦)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복권 판매가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은 중국 경제 회복이 여전히 멀고 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많이 팔리는 이른바 '불황형 상품'에는 대표적으로 복권과 빨간 립스틱이 있다. 복권은 일확천금의 심리가 강해져 판매 호조를 보이고, 빨간 립스틱은 이것 하나만으로 화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최대한 덜 쓰면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려는 소비 심리 등으로 판매가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