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끌어내린 '집값'…전국 5개월 상승세 멈췄다

실수요자 고금리 장기화 부담
정부 정책대출 축소 여파도
서울 아파트 거래 3000건 붕괴

전국 집값이 6월 셋째 주 이후 23주 만에 꺾이며 하락 전환했다. 서울 집값도 28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돌아섰다. 특히 ‘집값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권 매매가격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하락세가 서울 전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정부가 대출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이 늘어나자 살아나던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경색되는 분위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지난 6월 셋째 주 이후 23주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하락 전환했다. 수도권은 지난주 0.01%에서 -0.01%로 26주 만에 하락 전환, 지방은 같은 기간 보합(0%)에서 -0.02%를 나타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과 경기가 각각 5월 넷째 주, 6월 셋째 주부터 시작된 상승세를 나란히 끝내고 보합을 기록했다. 인천은 0.07% 하락해 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국 아파트 가격을 선도하는 강남권의 연이은 하락 전환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분위기다. 지난주 31주 만에 하락세로 접어든 강남구는 또다시 한 주 전보다 0.04% 떨어졌다. 서초구 역시 -0.02%로 잇따라 상승세를 멈추고 꺾였다. 송파구는 0.01% 올랐지만 전주(0.05%)보다 상승폭이 대폭 줄었다.

1·3 대책을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에 힘입어 회복되던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정책금융 축소 여파로 다시 얼어붙는 모양새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다. 여기에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대표되는 정책대출까지 축소하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졌다. 더욱이 최근 집값 하락·상승 사이 주기가 짧아지면서 매수 타이밍에 따라 수억 원대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 실수요자의 망설임이 거래 냉각을 유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월 3000건대를 기록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월 들어 급감하며 2000건대로 내려앉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금리 장기화로 부담이 커지고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종료 등 정책대출이 축소되면서 주택 구매에 장벽이 커졌다"면서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 등 여러 가지가 영향을 준 결과 거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집값이 조정되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단기 급등한 가격과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 정책금융 축소에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며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자 집주인이 호가를 낮추며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다"면서 "거래 부진이 지속되지만, 금리 불확실성이 낮아진 만큼 아파트값은 급락하기보다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건설부동산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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