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저자는 승리자를 중심으로 쓰인 역사에는 수많은 은폐, 과장, 왜곡, 편견이 자리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기존 역사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테면 백제가 멸망하기 전 최후 전투가 과연 황산벌 전투가 맞는지, 당시 계백장군의 결사대 규모가 정말 5000명에 불과했는지 등의 의심이다. 또한 의자왕의 사치와 방종이 백제 멸망을 불러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가만히 놔둬도 멸망할 백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왜 당나라에 도움을 요청했을까, 라고도 의구심을 드러낸다. 백제 멸망 과정에 숨겨진 내막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의 역사를 ‘혹시’ ‘정말?’이란 의심의 프레임으로 재조명한다. (최중경 지음·믹스커피)
◆불편한 연금책=1988년 출범하여 올해로 36년째를 맞은 국민연금은 현재 “받는 돈은 적고 내는 돈은 많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2015년 공무원 연금 개혁에 참여했고, 현재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연금 개혁은 우리를 더 나은 사회로 데려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본전도 찾기 어렵다는 지적에 저자는 ‘가입 기간 늘리기’를 해답으로 내세우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18세부터 자동 가입하게 하고, 현행 납부 상한선인 59세를 수급 직전 연령인 64세까지 높이자는 것. 그러면서 군 복무나 출산·양육 기간은 낸 것으로 인정하자고 제안한다. 다양한 연금 탄생 배경과 운영 방법, 안정적 운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김태일 지음·한겨레출판)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1000년에 걸쳐 독특한 정체성을 조형해온 러시아의 역사를 추적한다. 저자는 익숙한 자유주의 세계관으로 바라봤을 때, 선뜻 이해되지 않는 점이 가득한 러시아를 푸틴의 신유라시아주의를 통해 비춰낸다. 모두의 관점을 파악해야 정확한 인식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러시아의 태동부터 몽골의 피지배 시기,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소비에트 연방의 형성과 뼈아픈 해체, 그리고 재건에 이르기까지 긴 호흡으로 러시아의 역사를 살핀다. 아울러 소련 해체 이후 독점적 위치에 오른 자유주의에 도전하는 신전통주의를 소개한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인도의 힌두트바, 터키의 신오스만주의 등이 이에 속한다고 말하며 여러 현상을 풀어낸다. (임명묵 저지음·프시케의숲)
◆팬덤의 시대=정치, 경제, 문화 곳곳에서 ‘팬덤’이 감지된다. 임영웅의 5060 팬덤은 문화소비 지형을 변화시켰고, 정치권에서도 팬덤 확보가 곧 정치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취향과 신념의 결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집단을 형성하면 다른 집단과 구별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되고, 아울러 자기 집단 안에서 높은 지위를 얻기 원한다며 그런 심리 사례를 소개한다. 스타트렉, 제인 오스틴, 해리 포터, 마이클 잭슨, 리처드 3세, 총기 난사범 에릭과 딜런 등이 그 사례다. 아울러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사례 등을 통해 팬덤의 위험성도 짚고 넘어간다. (마이클 본드 지음·어크로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저자의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다시 세상을 마주하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선망받는 직장에서 성공을 향한 경력을 쌓던 어느 날, 가족의 죽음으로 삶의 의욕을 잃은 저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현실 도피를 꾀한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세상에서 벗어나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단순한 일을 하며 자신을 놓아두기로 한 것. 그렇게 저자는 경비원으로 하루 여덟 시간씩 위대한 걸작과 교감하고,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면서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책에 담았다. (패트릭 브링리 지음·웅진지식하우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우울증, 공황장애, 성인 ADHD,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에 자주 노출되면서 혹시 자신도 그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현대의학은 그런 질환을 제대로 구별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약 50년 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의 실험에 주목한다. 정신 병력 없는 여덟명을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에 입원이 가능한지 실험했던 것인데, 진료를 한 의사 모두가 오진을 했고, 실험 참가자 여덟명은 평균 20일간 정신병동에 수감되어 잘못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실험은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되어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저자는 그런 역사적 실험 이면을 추적하며 정신질환 진단이 흔해진 현실에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수재나 캐헐런 지음·북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