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환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BTX) 시장이 새로운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BTX 업체들이 고순도부터 치료용까지 새로운 제제를 선보이는 가운데 중국, 미국 등 해외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자체 개발한 BTX 제제 ‘HU-045’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난 16일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은 중등증 또는 중증의 미간주름 개선을 적응증으로 하며, 국내 3개 기관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메디톡스도 안전성을 강화한 새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메디톡스 계열사인 뉴메코는 지난 8월 식약처로부터 차세대 BTX 제제인 ‘뉴럭스’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뉴럭스는 뉴메코가 메디톡스로부터 차세대 BTX 후보물질 ‘MBA-P01’의 기술이전을 받아 개발해온 제제다. 동결건조 제형인 뉴럭스는 원액 생산 과정에서 동물 유래 성분을 배제해 안전성을 높였다. 뉴럭스는 연내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미용을 넘어 치료용으로 보폭을 넓히는 곳도 있다. 대웅제약은 파트너사인 이온바이오파마를 통해 BTX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편두통 치료 특허를 미국에서 취득했다. 이 특허는 2041년까지 독점적 권리를 보호받게 된다. BTX 제제는 극미량을 피부밑에 주입하면 근육의 미세한 마비 효과가 일어나는 효과를 활용해 주름을 펴는 미용용이나 의료용으로 활용된다. 국내의 경우 BTX 제제의 90% 이상이 미용으로 쓰이지만, 해외에서는 치료용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BTX 시장에서 치료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5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BTX 제제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던 메디톡스는 뉴럭스를 통해 중국 시장을 겨냥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중국 시장의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된 데다 최신 제조공정이 적용된 뉴럭스로의 진출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수입의약품 등록 신청을 철회했다. 메디톡스를 포함해 대웅제약, 휴온스바이오파마 등이 중국 시장 진출 절차를 밟고 있는데, 2021년 품목허가를 신청한 대웅제약은 이르면 연내 허가가 예상된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국내 기업의 BTX 제제는 휴젤의 ‘보툴렉스(현지 제품명 레티보)’가 유일하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곳도 늘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품목허가를 받고 판매 중인 국내 제품은 대웅제약의 나보타뿐이다. 국내 BTX 시장 점유율 1위인 휴젤은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레티보의 품목허가(BLA)를 재신청했다. 앞서 휴젤은 2021년 3월과 지난해 10월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두 차례 모두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면서 허가가 무산됐다. 휴젤의 품목허가 여부는 내년 1분기 중 나올 전망이다. 메디톡스 역시 올해 중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 제제 ‘MT10109L’의 미국 허가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BTX 시장 규모는 64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서 연평균 5.1% 성장해 2030년에는 154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