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대화 바람' 부는데…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윤 정권 퇴진'

양경수·박희은 후보자
윤석열 정권 퇴진 필요성 역설
한국노총 경사노위 복귀
MZ노조 정치투쟁 반대와 상반

민주노총을 이끌 새 지도부 선거가 다가온 가운데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양경수·박희은 후보 모두 '윤석열 정권 퇴진'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차기 지도부에서도 대정부 강경 투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이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5개월 만에 복귀하는가 하면, 이른바 'MZ노조'들이 정치·불법 투쟁에 반대하는 등 노동계에 대화의 바람이 부는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2023년 민주노총·민주노총 지역본부 임원 동시선거'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1차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기호 1번 양경수 후보(왼쪽)와 기호 2번 박희은 후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 후보들, "대정부 투쟁"=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투표는 오는 21∼27일 일주일간 치러진다. 새 지도부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이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지난 6월30일 기준 120만명으로,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 전교조 등 16개 가맹조직이 속해 있다. 위원장은 이러한 대규모 조직인 민주노총을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한다. 부설기관장과 상설위원회, 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사무총국, 부설기관의 구성원 임면권도 가진다.

기호 1번 양 후보는 민주노총 사상 첫 연임 위원장에 도전한다. 양 후보는 수석부위원장 후보로 이태환 전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수본부 본부장, 사무총장 후보로 고미경 전 민주노총 기획실장과 팀을 이뤘다. 지난 3년간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맡은 기호 2번 박 후보는 민주노총 첫 여성 위원장에 도전한다.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김금철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이, 사무총장 후보로는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나선다.

두 후보는 모두 출마와 동시에 윤석열 정권 퇴진 등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지난 17일 열린 후보 토론회도 정치 투쟁이 가장 큰 주제였다. 양 후보는 "노동 의제와 발맞춰 (사회적 의제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윤석열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공격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도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반대하는 조합원은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진보 정당을 강화하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노선도 잡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정치 집단화, 사회적 투쟁 노선은 1995년 창립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의 창립선언문에는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가열찬 투쟁' '정치세력화 실현' 등이 명시돼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영역에서 투쟁하는 것만큼 사회 전반에서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 오염수 방류 문제가 핵심 의제로 선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다른 노조는 대화 분위기= 한국노총은 지난 13일 정부와 노동계,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6월 "경사노위를 통한 현 정부와 대화를 전면 중단한다"고 한 지 5개월 만이다. 한국노총은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저성장 쇼크의 장기화 등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경제 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념성이 강한 민주노총과 달리 실리를 추구하는 한국노총의 성향이 반영된 결정이다.

20·30세대가 주축인 MZ노조를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 운동 양상도 보인다. 지난 9~10일 이뤄진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의 경고 파업에 MZ노조인 올바른노조는 참여하지 않았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단체행동은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울 뿐이다. 불법과 폭력집회 등도 마찬가지"라며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노조가 일종의 정치집단으로 보이게 된 이유가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강경 투쟁만으로 근본적인 노동권 신장 등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실리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경사노위 복귀를 두고 한국노총 내부에선 '정부와 대립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MZ노조도 실질적인 노동권 강화를 위해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한엽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정권 퇴진 등 정치적 메시지를 외치면 본질이 희석된다"며 "노조는 노동자 권익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노조들이 실리적 성향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이 대정부 투쟁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결국 기득권 유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쟁의와 대화 '투 트랙' 전략이 노조 실익을 챙기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노동계 전반의 변화를 가져왔다"며 "하지만 민주노총은 주축 세력이 민주화와 함께 성장한 성격이 강해 조합원 지지를 받으려면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노동계 다른 세력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라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권 퇴진 등 정치 투쟁은 노동자에게 실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며 "정치 투쟁 위주의 강경 노조는 노동계에서 소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부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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