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한화오션이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방산·해상풍력 신사업에 힘을 받게 됐다.
한화오션은 최근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 일반공모를 통해 진행한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4971억원을 조달했다. 유상증자 청약률은 약 135%였다. 한화오션은 당초 2조원대 유상증자를 계획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서 공모 자금 규모는 줄었다.
한화오션은 올해 두 번이나 조 단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 5월 한화그룹의 계열사들이 한화오션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2조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앞서 진행된 유증이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 유증은 신사업 관련 투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새로운 주식이 늘어나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유상증자는 대개 주가나 기업 경영에 대한 의구심을 만든다. 더군다나 이번 유증으로 새로 발행하는 주식이 신주 8948만5500주다. 기존 한화오션 상장 주식의 41%에 해당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일각에서는 유증 실패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한화오션은 올해 두번째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의 변화에 시장이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자금을 수혈한 한화오션은 신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한화오션은 이번에 확보한 돈 가운데 5700억원을 시설투자에 쓴다.또 운영자금으로 2071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7200억원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조선 사업의 자동화, 디지털화와 더불어 특수선과 해상풍력 사업의 해외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그간 조선사들의 매출은 상선 부문에 집중돼 있다. 비중이 90%안팎이다. 한화오션은 이같은 구조를 깨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 한다. 잠수함·함정 등 특수선 분야에서 한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지정학적인 위기에 따른 국방예산의 증가로 전 세계 함정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누적 기준 약 9860억 달러(약 13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해상풍력 발전을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에도 뛰어든다.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부터 전력 공급, 풍력 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하는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까지 생산하겠다는 복안이다. 해상풍력사업 확장을 위한 지분투자 금액은 최근 당초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렸다.
신사업을 위해 인수할 해외 거점 사업장을 찾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타법인 증권 취득은 M&A(기업 인수합병) 등 전액 해외사업 진출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해외 방산시장 및 해상풍력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야드를 보유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가 유력하다.
한화오션은 2040년까지 해상풍력 등 신사업과 특수선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1%까지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