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총선 앞두고 내홍 확산…비명계 '원칙과 상식' 출범

16일, 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 등 주축
"민주당=이재명당 아냐, 팬덤정치 버려야"
친명계서도 "李, 비명계 포용해야" 조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 당내 비주류인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모임이 공식 출범해 이재명 대표의 친정체제 변화를 공식 요구하고 있고, 이 대표와 각을 세워온 이상민 의원은 '탈당 카드'를 앞세워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명계 의원모임인 '원칙과상식'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당내 패권주의 대신 정당 민주주의를,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대신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팬덤정치 대신 당심과 민심의 조화를 추구한다"며 출범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독선, 독주, 검찰 독재를 막기 위해선 강한 야당이 되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들은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 등 대원칙을 제시하며 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얻은 '방탄 정당' 이미지를 벗고, 돈 봉투·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 등으로 떨어진 도덕성을 회복하며 이 과정에서 당이 보여준 온정주의를 타개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 탓에 혐오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에 당 쇄신과 혁신을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이재명당도, 강성 지지층의 당도 아니다"라면서 "친명 일색의 지도부, 강성 지지층, 외부의 유튜브 언론 등이 지배하는 획일적, 전체주의적 목소리로는 국민의 민주당으로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명 감별사'들이 벌이는 친명당선, 비명낙선 운동은 박근혜 정권 때 '친박 감별당' 수준으로 추락시키고 있다"며 "강성 팬덤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더불어 "민주당 정치의 목표는 투쟁과 집권이 아니라 민생과 미래를 바꾸는 것"이라며 단지 싸워서 이기는 '전투정치'가 아닌 '비전정치'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칙과상식' 출범에는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 4명이 주축이 됐지만, 현재 친명 체제 중심의 당 방향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의원들이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공천을 놓고 친명계 원외 인사들과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만큼 이 모임이 친명계 반대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원칙과상식은 그동안 우리들이 개별적으로 밝혀온 입장과 견해가 결코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우리당의 침묵하는 많은 당원, 유권자, 정부·여당의 실정 탓에 어쩔 수 없이 현재의 민주당을 지키며 관망하는 많은 의원들이 함께 하고 있고 향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일단 '원칙과상식'은 흩어져있는 의견들을 모으고 토론을 벌이는 등 당 쇄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해당 모임이 탈당의 초석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당을 개선해보자는데 목표를 뒀다.

비명계가 공식 세력화되며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친명계인 김두관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가 하기 나름"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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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원칙과 상식 모임 의원들을 껴안아야 한다고 보시나'라는 사회자 질문에 "네(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 대표가)비명계를 끌어안겠다고 결심하면 (비명계 의원들의)탈당이나 이런 일이 없을 것이고, 친명 일색으로 지도부를 짜고 지금 흐름으로 가면 다른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조응천·이원욱·김종민·윤영찬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과) 험지 출마를 비롯해 총선 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일부에서는 비명계가 자발적으로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비명계가 나간 자리를 소위 친명 친위대가 포진하면 (민주당은) 총선에서 폭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탈당 가능성을 언급한 이상민 의원은 결이 다르다고 봤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이상민 의원까지 껴안아야 되나'라는 질문에 "이상민 의원은 우리가 껴안을 수 없을 정도로 루비콘강을 건너버렸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탈당 가능성에 선을 긋는 다른 비명계 의원들과 달리 12월 초까지 거취에 대해 밝히겠다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놨다. 원칙과 상식 참여 의원들은 당에 속한 상태에서 당에 개선 사항을 요구해나갈 것이지만 본인은 그 부분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날 BBS라디오에서는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필요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치부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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