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가격 줄줄이 인상하자…제2 누누티비로 몰렸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 줄줄이 가격인상
누누티비 유사 사이트로 발길 옮기는 고객도
불법 사이트, 현실적으로 막기 어려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줄줄이 가격을 올리면서 '스트림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란 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인상된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제2의 누누티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누누티비는 국내외 OTT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1년가량 불법 스트리밍하다가 폐쇄된 사이트다. 불법 OTT의 대명사로 통한다.

'최악의 악' 등 최신 OTT 콘텐츠들이 불법 사이트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사진제공=월트디즈니코리아]

넷플릭스는 최근 홈페이지에 계정공유에 추가 요금을 부가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같은 가구에 속하지 않는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1명당 5000원을 추가로 결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멤버십(월 1만7000원)을 친구 2명과 이용하려면 2만7000원을 내야 된다는 것이다. 1명당 9000원꼴이다. 계정공유를 하던 사람들 입장에선 기존보다 가격 부담이 2배 정도 커졌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이런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다른 나라에 시행해왔다. 미국과 영국 등 100여개국에 이미 적용 중이다. 여기에 한국을 집어넣은 것이다. 덕분에 실적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9억16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를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디즈니플러스도 사실상 가격을 올린 요금제 개편안을 시행했다. 기존 월 9900원의 단일 요금제로 운영되던 요금제를 스탠더드(월 9900원)와 프리미엄(월 1만3900원) 2개로 나눴다. 기존 단일 요금제에서 누릴 수 있었던 4명의 동시접속, 고화질 4k 콘텐츠를 즐기려면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국산 OTT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티빙이 다음 달 1일부터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요금제별로 1600원~3100원 월 이용요금을 올릴 예정이다.

가격에 부담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은 제2의 누누티비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회사 시밀러웹 자료를 보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티OOO'의 누적 접속자수는 350만에 달한다. 이 사이트는 누누티비가 정부의 철퇴를 맞고 폐쇄된 이후 지난 6월 생겨난 유사 사이트다. 이 사이트뿐만이 아니라 최소 5개 이상의 불법 사이트가 활개 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저작권 범죄 과학수사대를 만들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불법 사이트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불법 콘텐츠 유통을 당장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불법 사이트들은 사이트가 차단되더라도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우회해서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회원들에게 안내하는 등 지능적인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OTT 요금 인상의 최대 수혜자가 불법 사이트라는 말도 나온다.

산업IT부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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