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일본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전날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1%를 넘지 못하도록 억제하던 수익률곡선정책(YCC)을 수정했지만, 달러당 엔화 환율은 올랐다. BOJ가 장기국채 금리가 1% 이상 올라도 일정 부분 용인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오전 1시45분께 151.70엔까지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이 151엔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0월 21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같은 날 오전 9시 기준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현재 151.32엔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5일 만에 150엔대 재진입한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BOJ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발표된 이후 엔화 가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BOJ는 장기국채 금리가 1%의 상한선을 넘어도 일정 수준 용인해주겠다며 YCC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앞서 BOJ는 지난 7월 국채금리 상한선을 0.5%로 유지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 1%까지는 금리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BOJ가 긴축적 정책 경로를 설정했지만 시장은 긴축적이라 보지 않은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미 세계 중앙은행들이 대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YCC의 소폭 수정 정도를 긴축적이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BNY멜론 자산운용사의 거시경제 투자전략가인 아닌다 미트라는 "BOJ의 결정은 엔화 가치 상승을 이끌기에 충분한 파급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려면 미국의 피봇(통화정책 전환)이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BOJ의 향후 물가 전망도 시장의 기대와는 달랐다. BOJ는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8%로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2025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7%로 내려 잡으면서 향후 물가 둔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에다 총재도 정책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향후에도 BOJ의 목표치인 2%대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충분한 정확도를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향후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는 것은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벗어나는 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외신은 "일부 투자자의 경우 물가는 BOJ의 목표치를 상회했고 엔화 가치도 급락한 만큼 YCC 정책을 전면 철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BOJ가 미·일 간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확실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BOJ가 중립금리를 고려해 완만한 긴축 작전을 펼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BOJ가 일본의 물가와 잠재성장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보다 중립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립 금리란 물가 상승을 지켜나가면서 하락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 수 있는 선의 금리 수준을 일컫는다. BOJ는 이 적정 수준을 최소 1%라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장기금리 상한선을 1%로 강제하지 않고 유연하게 YCC 정책을 운용할 경우 BOJ 입장에서도 금리의 상한 초과에 따른 국채 매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출구전략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장기금리가 1% 넘게 상승하는 현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완화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금리 수준은 피할 수 없는 선이기에,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명분으로 일찌감치 YCC를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