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만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회담한 후 업무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왕 부장의 이번 방미는 앞서 블링컨 장관의 6월 방중에 따른 답방 차원으로 이뤄졌다. 연초 중국 정찰 풍선 사태로 냉각됐던 양국 관계는 지난여름 블링컨 장관을 시작으로 연이어 미 고위급 당국자들이 방중하며 대화 재개로 이어졌다. 블링컨 장관은 친강 당시 외교부장의 답방을 요청했으나, 외교 수장이 바뀌면서 왕 부장이 미국을 찾게 됐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최대 의제인 정상회담 개최를 두고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내달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 회담에 나설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이 경우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의 대면 회담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백악관 브리핑에서 시 주석과의 만남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현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달 초 중동 순방 과정에서 왕 부장에게 이란이 이번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이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었다. 반면 중국 측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왕 부장과의 대화에서 중국에 중동 사태 해결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고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은 우리가 대화할 수 없는 이란 같은 곳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며 "이 문제를 중국과 논의하고 중국의 생각과 관점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반도체 분야를 비롯한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와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통제, 대만 및 북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갈 전망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문제가 의제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러 무기 거래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무기 흐름을 목도했다는 우리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것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현지 언론들은 왕 부장이 이번 방미 기간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블링컨 장관도 6월 베이징 방문 당시 시 주석을 예방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