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있는지 몰라서'…통계청, 국제기구에 韓 자료 수년간 누락

韓 통계, 국제기구에 매년 수백건 미제공
국제 기준 달라 생산불가, 항목부재 다수
자료 있는데 담당자 실수로 6년 누락도
통계청, 모든 부처에 통계 전수조사 착수
김주영 의원 "체계적 통계 시스템 갖춰야"

통계청이 국제기구에 매년 수백건의 통계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통계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아 제공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통계는 직원들의 실수로 수년째 누락됐다. 통계청은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6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통계청이 국제기구에 제공하지 않은 통계는 총 289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58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엔(UN)이 29건으로 집계됐다. 기타 국제기구 미제공 통계는 102건이었다.

통계청은 국제기구 자료 제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각 부처에서도 통계를 작성해 직접 국제기구로 제출하고 있지만, 통계법 14조에 따라 통계청이 정기적으로 제공현황을 제출받아 관리하고 있다.

통계청이 국제기구에 제출하지 않는 자료는 매년 수백 건에 달한다. UN 미제공 통계는 2018년 11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16건으로 늘었고 2020년 17건, 2021년 20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기타 국제기구의 경우에도 2018년 76건에서 2021년 105건까지 늘어났다. OECD는 2021년 미제공 건수가 219건에 달했지만 현재는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통계청은 나라마다 사회·경제적 자료수집 환경이 다르다 보니 국제기구가 요구하는 모든 자료를 제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은 “국제기준과 국내 현실의 불일치, 생산 불가능 항목, 조사항목 부재, 자료의 신뢰성 부족 등으로 상세자료는 제공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인구이동통계다. 외국인 입국 목적·항목과 관련된 내용인데, 외국인 체류자격을 집계하는 한국 정부의 기준과 국제사회의 기준이 달라 자료제공을 하지 못했다. 교육통계도 마찬가지다. 자국으로 돌아온 학생의 교육분야 및 성별은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정보수집 자체가 불가능하다.

황당 실수로 통계 누락…"모든 부처 전수조사"

일부 통계는 황당한 실수로 여러 차례 누락되기도 했다. ‘폐기물관리 산업생산지수’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2007년까지는 해당 통계가 없었지만, 2008년 한국표준산업분류 개편에 따라 작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료제공 담당자가 통계제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국제기구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 UN에서는 2016년부터 6년간 해당 통계를 요청했지만, 통계청에서는 ‘작성하지 않았다’는 답변만 제출했다.

국제기구 제공통계 보고서에도 폐기물관리 산업생산지수는 조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기재했다. 통계법에 따르면 자료를 미제공했을 경우 해당 사유를 작성해야 한다. 작성한 보고서는 통계청장에게 제출해야 하지만, 위임전결 규정에 따라 과장전결 사항으로 처리했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확인되자 통계청은 전수조사 작업에 돌입했다. 최근 통계청은 ‘국제기구 제공통계 미제공항목 점검계획’을 수립하고 모든 부처에 미제출 통계와 사유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왜 제출할 수 없었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작성하고, 향후 통계개발을 통해 제출하도록 바꿀 계획이 있는지 쓰도록 했다.

김 의원은 “국제기구에 제공하는 자료가 방대해지고 있지만 국제기구 자료제공과 제공통계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이미지가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UN 통계위원회 위원국인 만큼 국제기구 제공통계에 관한 모니터링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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