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C노선 1만명 거주 도봉한신 단지 30m밑 지나
단지 바로 옆 넓은 도로 대안 있는데도 감안 안돼
주민들, 도봉구청·지역 정치인 힘 모아 최근 '설계변경'
“일잘하는 도봉구청 함께라서 감사해요.” “막힘없는 도봉정치 함께라서 행복해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걸린 폭 10m, 높이 15m짜리 대형 현수막이 화제다. 이유는 그 내용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에 현수막이 걸리는 건 흔한 일이지만 구청장이나 구청 공무원, 지역 정치인을 칭찬하는 현수막을 큼지막하게 내 붙인 건 보기 드문 일이다.
2700여가구, 1만명 가까이 거주하는 도봉한신아파트의 106동과 122동, 125동에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건 다름 아닌 이 아파트 주민들이다.
사연은 이렇다. 덕정역과 의정부역, 창동역을 지나 삼성역, 과천역, 수원역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은 지난해 5월 도봉 구간의 지하화를 확정했다. 도봉 구간은 도봉산역에서 창동역까지 5.4㎞ 구간.
그런데 지난 6월 말 아파트 주민들에게 느닷없이 보상업무 수탁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서 국토교부장관과 한국부동산원장 명의의 보상계획공고문을 송달했다. GTX-C 노선 지하화 구간이 아파트 단지 밑을 지나니 이에 대해 보상하고 지상권을 설정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구간 지하 노선의 깊이가 30m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지하 3층 주차장과의 거리는 15m 남짓한 땅속. 단지 바로 옆에는 왕복 8차선인 도봉로와 2차선 도로가 있어 그 밑을 지나는 대안이 있는데도 굳이 아파트단지를 거치도록 했다는 데 주민들은 분개했다. 길이 146m 구간을 아파트 단지로부터 1.5m만 바로 옆 도로 쪽으로 설계해도 아파트 단지 밑을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상계획 공고 이전에 이런 사실을 몰랐던 주민들에게 2주에 불과한 이의신청서 접수 기간 역시 문제였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심이 돼 백방으로 뛰었다. 이때 도봉구청과 지역 정치인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섰다. 주민들은 결국 지난달 22일 오언석 도봉구청장으로부터 설계변경이 확정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아파트 단지를 서쪽으로 1.5m 비켜 도로 쪽으로 설계가 바뀐 것이다.
이정원 도봉한신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처음 문의했을 때부터 구청 담당자와 담당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조언해주고 이의신청서 접수 등 제 일처럼 도와줘 주민들이 신속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었다” 며 “도봉구청 공무원들과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주민들이 현수막을 걸었다”고 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주민들의 주장을 알려 문제해결에 앞장섰고, 지역구 국회의원인 오기형 의원은 물론 옆 지역구인 김재섭 의원까지 나서 현안 해결에 도움을 줬다는 게 입주자대표의 설명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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