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실손청구 길 열리나…관련법 14년만에 국회 법사위 통과

이날 오후 본회의 상정
의료계는 극렬히 반대…"위헌소송도 불사"

14년 넘게 진전이 없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일일이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지 않고 전산을 통해 자동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라고 권고하면서 발의된 법안이 14년 만에 9부 능선을 넘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 업무를 의료기관이 대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각종 종이 서류를 뗄 필요 없이 진료 후 병원에 요청만 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청구된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상정되면 실손청구 간소화가 실제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개정안 의결 과정에서 별다른 반대가 없었던 만큼 본회의가 정상 진행된다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에 반대했지만 이날에는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

가입자가 4000만명에 이를 정도인 실손보험은 제2의 국민보험으로 불렸다. 다만 직접 각종 서류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점이 문제로 꼽혔었다. 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이 2021년 조사한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 47.2%가 소액이라, 각종 서류를 챙기지 못해서, 증빙서류 제출이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고 답할 정도였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전산상의 정보를 인쇄한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고 다시 전산에 입력하는 비효율적인 업무를 줄일 수 있어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의료계의 반발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들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위탁받은 전문 중계기관에서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의료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중계기관이 되는 것을 극렬히 반대했다. 병·의원급의 비급여 진료명세가 심평원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해서다. 이 경우 정부와 보험사가 비급여 정보를 명확히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만큼 보험업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기까지 잡음이 계속될 전망이다. 의료계는 환자들 의료정보가 중계기관에 모이면 보험사가 이를 활용해 특정 집단의 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는 위헌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금융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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