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구멍 숫자로 '93% 정확한' 인공 후각 개발

KIST 연구팀

국내 연구진이 인간의 코와 비슷하게 냄새를 빠르고 정확하게 구분해 맡을 수 있는 인공 후각 기술을 개발했다. 물질 분자 내 산소 구멍의 숫자를 세 최대 93%의 정확도로 냄새를 가려낼 수 있어 헬스케어-화학 공정 안전 장치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표지에 실린 KIST 인공 후각 소자 개념도. 사진출처=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강종윤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장-윤정호 전자재료연구센터 박사팀이 뉴로모픽 반도체 전자소자인 멤리스터 소자를 이용해 인간의 후각 신경 시스템과 유사하게 외부 기체 자극을 손쉽게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하고 처리하는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소자는 단일소자에서 외부 기체 자극을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하고 이력을 저장할 수도 있다.

최근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가 대두되면서 인간처럼 다양한 감각을 감지하기 위한 전자소자 연구가 활발하다. 인공후각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 산업 현장에서 가스 유출을 감지하고,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유해 요소를 단시간에 찾아내는 데 쓰일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자극을 감지하는 시각, 청각, 촉각에 비해, 화학적인 자극을 감지해야 하는 후각은 정보처리 과정이 까다로워 지금까지 발전이 더뎠다.

인간의 후각 시냅스는 외부 자극에 대한 정보를 변형해 다음 뉴런에게 전달한다. 이때 시냅스가 자극을 변형하는 정도를 ‘가중치’라 한다. 이를 모방하기 위해서는 외부 기체 자극에 대한 정보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인공후각 분야에서 주로 연구하고 있는 산화물 반도체형 가스 센서로는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멤리스터 소자에 산소 공공이 발생함에 따라 전기저항이 낮아지는 현상을 통해 인간의 후각 시냅스를 모사했다. 후각 시냅스가 외부 기체의 종류(산화, 환원성 기체)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이용해 산소 공공의 개수를 미세하게 조절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소자의 전도도를 변환시켜 인공후각 시냅스의 아날로그 특성을 모방한 것이다.

KIST가 개발한 인공후각 소자 모식도. 그림 출처=KIST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후각 시냅스 소자를 어레이(array) 형태로 구성했을 때 가스 누출 지점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감응 특성이 달라지는 것을 통해 가스 누출의 특정 패턴을 감지하는 신경망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개발된 뉴로모픽 인공후각 시냅스 소자는 최대 92.76%의 추론 정확도를 확보해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또 동일한 구조를 가지는 인공후각 시냅스 소자와 위험 정도 조절기(risk-level controller)를 직렬로 연결해, 가스의 노출 농도를 모니터링하고 위험한 정도를 넘으면 알려주는 알람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존 반도체식 가스 센서는 자체적으로 위험 가스 노출 이력을 저장할 수 없어 메모리를 추가해야 하기 떄문에 시스템이 복잡하고 추가 전력 소비도 필요하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소자는 자체적으로 위험 가스의 노출 시간에 따른 절대량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도 높은 장점이 있다

강 본부장은 “산소 공공의 개수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단일소자를 이용해 외부 기체 자극을 탐지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기억할 수도 있어 기존 가스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향후 인공후각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성과”라고 밝혔다. 윤 박사는 “인간의 날숨이나 피부에서 분출되는 화학물질에서 질병 유무를 진단할 수 있는 헬스케어용 센서 등, 실시간으로 인체의 생체신호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센서(in-sensor) 컴퓨팅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IF : 32.086, JCR 분야 상위 2.17%) 온라인판에 게재되었고, 표지논문(inside back cover)으로 최신호에 출판됐다.

산업IT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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