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기자
국내 첫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이 나온다. 서울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고물가 시대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무제한 정기 이용권을 도입, 내년 1~5월 시범 운영과 보완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서울에서만 사용 등의 조건이 있어, 본인의 출퇴근 습관이나 지역, 대중교통 사용패턴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교통카드 하나로 서울 시내 지하철,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원스톱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사용방법은 = '기후동행카드'는 6만5000원으로 구매 후 한 달 동안 서울 권역 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실물 카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실물 카드는 최초에 3000원으로 카드를 구매한 뒤에 매월 6만5000원을 충전해 이용하면 된다.
지하철은 서울 시내에서 승·하차하는 1~9호선을 비롯해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까지 모두 이용(기본요금 상이한 신분당선 제외)할 수 있다.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하차’하는 경우에는 이용할 수 있지만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승차하는 경우엔 기후동행카드 이용이 불가능하다.
버스의 경우, 서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경기·인천 등 타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상이한 광역버스는 서울지역 내라도 이용할 수 없다. 서울과 타지역 버스를 구분하는 기준은 노선 면허를 얻은 지역이 중심이며, 각 버스 노선번호를 검색하면 해당하는 면허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1시간 이용권’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시는 향후 리버버스 등 새롭게 추가되는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까지 확대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시는 종사자 100인 이상 기업에서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해 임직원에게 배부할 경우에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등 추가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강력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정책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기대 효과는 =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으로 연간 1만3000대 가량의 승용차 이용이 감소, 연 3만2000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약 50만 명의 시민이 1인당 연간 34만 원 이상의 할인 혜택(따릉이 이용 포함)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 시장은 “친환경 버스 교체, 공공자전거 확대, 전기택시 보급 등 수송 분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할인은 어떻게 = 현재 교통카드 사용시 서울 시내버스 요금은 간선(파랑색)과 지선(녹색)의 경우 1500원이다. 지하철의 경우 현재는 1250원이지만 다음 달 7일부터 150원이 인상된 1400원이 될 예정이다. 또 내년 하반기 150원 인상이 추가로 예정되어 있다. 한 달 6만5000원은 환승 등을 감안하지 않고 기본요금만 봤을 때 버스의 경우 45회, 지하철의 경우 47회, 내년 하반기 42회 이상 타야 이득을 볼 수 있다. 출퇴근 시 한 번씩 이용한다고 계산하면 버스는 월 23일, 지하철은 월 24일, 내년 하반기부터는 21일 이상 타야 이득이다.
공휴일이 없는 오는 11월의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이 8일이고 근무일이 22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빡빡한 조건이다.
다만 출퇴근 시 따릉이를 함께 이용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따릉이는 1시간권의 경우 30일 정기권이 5000원이다. 대중교통과 따릉이를 함께 이용하는 시민의 경우 5000원이 그대로 이득이다. 또 주말에도 교회나 나들이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환승 추가금이 많은 구간을 출퇴근 하거나, 출퇴근이 아니어도 운동 등을 위해 비정기적으로 따릉이를 이용한다면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또 하루 2회 이상을 사용하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들어 퇴근길 대중교통을 이동해 약속 장소로 이동해 저녁식사나 모임, 운동, 취미활동 등을 해도 이용해도 부담이 없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영업직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버스의 경우 하차후 환승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동일노선이나 동일번호가 아닌 버스를 30분 이내에 타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기후동행카드'는 이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