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사람들이 타고난 신체 정보를 알 수 있게 되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직접 의뢰(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DTC 유전자 검사 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임기 기간 정부, 의료계, 산업계를 두루 만나겠다."
9월부터 유전체기업협의회를 이끌게 된 최대출 회장(엔젠바이오 대표)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태동한 지 어연 7년이 된 DTC 유전자 검사는 아직 가야할 점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DTC 유전자 검사 산업은 2016년 제도권에 들어왔지만 정작 유전자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규제 탓에 제대로 된 시장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앞서 DTC 검사 산업의 '킬러 규제'로 DTC 검사 가능 항목이 업계 분석 역량 대비 적고, 승인 절차가 까다로운 점, 데이터의 2차 활용이 어렵고 청소년 검사가 불가능한 점 등을 짚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적어도 임기 기간 DTC 유전자 검사 정보의 2차 활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비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활용해 2차 서비스 연계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예컨대 유전적으로 비타민 C가 결핍된 소비자에게 적절한 특정 건강기능식품 제품을 알려줄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건강 관련 회사와 협업이 어려운 유전자 분석 업계는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규제 샌드박스로 바이오 등 기업이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할 수 있는 실증 특례 시범사업은 제도화되지 못하고 지난해 종료됐다. 최 회장은 "DTC 유전자 검사의 2차 서비스 활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DTC 유전자 검사 제도는 글로벌 표준에 비해 현저히 막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일본은 DTC 유전자 검사 가능 항목이 무궁한 반면, 우리나라는 최대 101개까지만 가능하다. 제도 첫 시행 당시 12개 항목에 비하면 9배 넘게 늘어났지만 국내 유전자 분석 기업들의 검사 역량에 비하면 매우 적다는 평가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유전자 산업은 정부의 규제 수준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다행히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세계 6대 강국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규제 혁파 방안에 대해 세심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DTC 검사 산업이 반쪽짜리가 되지 않도록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유전체기업협의회는 DTC 유전자 검사 규제 개선 등을 목적으로 2015년 출범한 국내 유전자 분석 기업들의 협의체다. 현재 28개 업체가 함께하고 있다. 지난달 총회에서 선출된 최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유전체기업협의회 부회장에는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가 운영위원엔 테라젠바이오, 마크로젠, 디엔에이링크, 랩지노믹스, 어큐진 등 5개 업체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