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中 경제 불안…신흥국 자산 매력 '뚝'

MSCI 신흥국 지수, 이달 7.3% 하락
약 1년 만에 가장 큰 낙폭
원·위안·페소 등 통화가치도 하락

미국의 '고금리 뉴노멀'과 중국 경제 위기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 자산 시장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 지수는 이달 1~25일 7.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MSCI 신흥국 지수를 구성하는 한국 코스피(비중 13%)는 이달 들어 4.3% 하락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같은 기간 3.9% 내렸고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와 인도 센섹스 지수는 각각 5%, 2.5%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9.4%)는 6.9% 급락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콜롬비아 페소화는 이달 들어 달러 대비 4.7% 내렸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4% 하락했다. 한국 원화는 같은 기간 3.8% 떨어졌고 브라질 헤알화와 중국 위안화는 각각 3%, 2% 내렸다.

신흥국 자산시장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꼽힌다. 미 경제의 소비, 고용 호조에 따른 예상 밖 호황으로 연착륙 기대감이 번지면서 시장에서 떠돌던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와 Fed의 연내 금리 인하 시나리오 전망 등은 빛을 잃게 됐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24~26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내려온 건 환영할 만한 발전이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며 "우리는 적절하다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Fed가 긴축 기조를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7일 4.3%대까지 올랐다. 16년 만에 최고치다. 미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서 신흥국 채권이 미 채권 대비 추가 제공하는 수익률은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즈는 추산했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와 비교한 신흥국 채권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뜻이다. 통상 이런 경우 신흥국 채권의 투매와 차입비용 증가 등의 여파가 따르게 된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세르지 라나우 글로벌 신흥시장 전략 이사는 "금리 차이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신흥시장에 투자하길 더 기피한다"고 짚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는 신흥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구사도 제한한다. 영국 자산운용사 에버딘의 키에란 커티스 신흥시장 통화·채권 수석은 "Fed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는 신흥국 중앙은행이 실행할 수 있는 금리 인하 횟수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 불안도 신흥 시장엔 악재다. 중국 소비·고용 위축에 부동산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번지면서 시티그룹, JP모건, 바클레이스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하향했다.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의 상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석유, 금속, 광물 등을 생산해 중국에 내다 파는 신흥 시장의 수출 경기 역시 둔화될 공산이 크다. 대(對) 중국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중국 경기 충격의 여파를 피해가기 어렵다.

WSJ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세기 연 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2%에서 중기 기준 3.9%로 하향했다"며 "중국이 어려워지고, 쉽게 돈 버는 시대가 끝나면서 많은 신흥국들은 과거와 같은 깜짝 놀랄 정도의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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