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챗GPT를 계기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이 일자 세계 IT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만큼이나 캐나다 토론토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AI 연구에서 출발해 이제는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까지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AI 핵심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토론토가 AI 스타트업의 허브가 되기 위해 실리콘밸리와 경쟁하고 있다"며 "캐나다가 AI 기술 개발에 장기적으로 투자한 것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AI 연구소 '벡터인스티튜트'가 지난 6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출처=벡터인스티튜트 SNS)
캐나다는 2017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AI와 관련한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한 곳이다. AI 기술 개발을 위해 이민 개방 정책 등을 활용하면서 토론토에 관련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AI 대부이자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박사가 대표적이다. 영국 태생인 그는 에든버러대 박사 과정에 적을 뒀던 1972년부터 AI를 연구한 인물이다. 그는 1987년 처음 토론토대에서 교수직을 맡은 이후 2014년부터는 이 대학에서 명예교수 직함을 받고 토론토가 AI 역량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힌턴 교수는 AI 관련 연구에 속도를 냈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상용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AI 연구에 집중하는 비영리 단체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2017년 토론토의 AI 연구소 '벡터인스티튜트'를 설립, AI 관련 교육을 제공함과 동시에 AI 업계와 민간 및 공공 분야의 파트너십을 연계하는 것은 물론 스타트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벡터인스티튜트와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토론토가 속해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2022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중 벤처캐피털(VC)의 투자규모가 28억6000만달러로 전년대비 206% 증가했고, AI 관련 일자리도 210% 증가한 2만2458개가 창출됐다.
토론토 거리 풍경(사진출처=토론토시 홈페이지)
토론토 기반의 벤처 펀드 래디컬벤처스의 조던 제이콥스 공동 창업자는 "10년 전 사람들은 토론토를 떠나려 했다"며 "지금은 그러한 상황이 반전됐다. 경력 있는 AI 인재가 (토론토에서) 회사를 창업하거나 이 지역에 있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여기에 머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이콥스 공동 창업자는 AI 반도체 설계 회사와 자율주행 관련 기술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AI 열풍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찬 바람이 불던 실리콘밸리도 살려내고 있다. 미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AI 스타트업은 지난 5월 한 달간 110억달러의 투자를 끌어모아, 전년 대비 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실리콘밸리 VC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면서 'AI 골드러시'가 촉발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스타트업 외에도 토론토는 글로벌 기업의 AI 연구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엔비디아, 구글, 존슨앤드존슨 등이 토론토에 AI 연구소를 두고 있다.
아제이 아그라왈 토론토대 교수는 "우리는 경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모든 주요 도시는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지배적인 위치가 되길 원한다"며 "토론토는 중요한 경쟁자"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토와 관련 없는 글로벌 기업이 토론토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이 도시가 AI 허브라는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