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경기 성남 서현역 등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이 폭증하면서 시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청은 6일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모두 54명의 살인예고 글 작성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피의자 상당수는 미성년자로 대부분 "장난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예고 글이 등장한 건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부터다. 이후 지난 3일 서현역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살인예고 글이 유행처럼 번졌다.
신림역에서 여성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성 A씨가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제는 살인예고 글이 실시간으로 온라인상 퍼지면서 시민들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 확산하면서 오픈마켓의 호신용품 판매량도 급증한 모습이다.
G마켓에 따르면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호신용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43% 증가했다. 특히 호신용 삼단봉 매출은 303% 늘었다. 11번가와 인터파크의 호신용품 거래액은 각각 202%, 123% 증가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는 데 '모방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살인예고 글 게재로) 신문이나 방송이나 경찰청장이나 검찰총장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데서 관심들을 받는구나, 유명 인사가 되는구나라는 잘못된 영웅심리도 갖게 되고 잘못된 호기심도 갖게 된다"며 "못된 과시욕이 더 부추겨지고 모방을 더 많이 쉽게 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살인예고'는 명백한 범죄다. 시민들을 불안과 공포에 몰아넣을 뿐 아니라 경찰·소방 행정력의 불필요한 낭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 살인예고 글은 범죄행위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잠재적으로 자기 내부에 내재된 분노·불안이 있는 사람들한테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가지고 있던 충동을 더 자극하고, 범행의 동기를 더 재강화해 준다. 그래서 작은 사건 사고, 예를 들어서 서현역이나 신림역, 고속터미널 등 사건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좀 더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법률 체계를 차제에 정비해서 이런 문제에 좀 더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특공대·장갑차 배치 등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찰의 존재는 그 자체로도 불안 심리를 더 심화시킨다"며 "경찰 활동의 적정 수준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