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현실로?…애거사 크리스티 별장서 100명 고립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유사해 눈길
관광객들 “갇힌 동안 오히려 정취 즐겼다”

영국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별장에서 100명 이상이 일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작가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 상황이라 눈길을 끌었다.

15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전날 영국 남서부 데번에 있는 크리스티의 별장 ‘그린웨이 하우스’를 방문한 관광객 100여명이 폭풍우로 인해 건물에 갇혔다”고 보도했다.

그린웨이 하우스를 관리하는 재단 ‘내셔널 트러스트’는 전날 웹사이트를 통해 “큰 나무가 쓰러져서 별장으로 향하는 유일한 도로가 막혔다”며 “방문객과 직원, 자원봉사자 등 100여명이 그린웨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이번 사건의 유사점을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920년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으로 데뷔한 크리스티는 여섯 번째 작품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으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그 뒤 ‘오리엔트 특급 살인’, ‘나일강의 죽음’ 등 수많은 추리소설의 고전을 남겼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별장 그린웨이 하우스 [이미지 출처=애거사 크리스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크리스티의 작품은 영어권에서만 10억부 이상 판매됐고 103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이후 여러 차례 영화화됐다. 특히 크리스티가 창조해낸 벨기에의 명탐정 에르퀼 푸와르, 독신 노인 탐정 제인 마플은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도 스릴과 서스펜스가 가장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걸작이다. 무인도의 별장에 초대받은 8명의 남녀, 그리고 별장의 하인 부부까지 총 10명이 폭풍우로 인해 섬에 갇힌 가운데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한다는, 이른바 ‘밀실 살인’의 시초격인 작품이다.

그러나 소설 내용과는 다르게 관광객들은 갇혀 있는 동안 별다른 일 없이 오히려 별장의 정취를 즐겼으며, 구조대가 도로를 정리한 뒤인 14일 저녁 모두 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고립됐던 관광객 캐럴라인 헤븐은 “우리는 나무 제거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티룸에서 차를 마시거나, 잔디밭에서 크로켓을 치며 여유 있게 보냈다”고 밝혔다.

그린웨이 하우스는 크리스티가 생전에 소설을 완성하면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던 곳이다. 소설 ‘죽은 자의 어리석음’의 영감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크리스티와 그의 가족 역시 강가를 거닐거나 크로켓을 치고, 별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최신 추리소설을 읽어주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내셔널 트러스트는 그린웨이 하우스가 이번 폭풍 피해로 당분간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슈2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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