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준비를 끝마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막상 찬성 여론이 5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방류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름 휴가철 방류를 자제해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3일 일본 JNN 방송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일본 내 18세 이상 시민 1207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염수 방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5%로, 반대(40%)보다 5%포인트 높은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방류 찬성 여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앞서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방류 찬성 여론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달 요미우리신문과 한국일보가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방류 찬성 응답은 60%로 반대(30%)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도 찬성이 51%로 반대(41%)보다 10%포인트 높았다.
후쿠시마 지역 어민들을 중심으로 방류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30일 후쿠시마 어업인연합회는 총회를 열고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내용의 특별 결의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권도 이같은 여론 변화를 의식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전날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오염수 방출 시기와 관련해 "해수욕 시즌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굳이 이 시즌에 일부러 방출할 이유가 특별히 없지 않느냐"라는 발언을 해 일본 안팎에서 주목받았다. 공명당은 자민당과 함께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당으로 정부와 발을 맞춘다는 이미지가 큰데, 이번 발언으로 사실상 정부의 강행 의지에 제동을 건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경우 이달 15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해수욕장 4곳 개장을 앞둔 상황이기도 하다.
발언의 여파는 여론조사 결과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다. 우치보리 마사오 후쿠시마현 지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JNN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야마구치 대표의 방출시기 조율 발언에 대해서도 "정부 스스로도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검증보고서 발표 직후 방류를 계획했던 일본 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회견을 통해 방출 시기 논란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방출 시기는 안전성 확보나 풍평 피해(소문으로 인한 피해) 대책 수립 상황을 정부가 확인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여론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쓰노 관방장관이 이날 회견에서 "방출시기에 변경은 없다"는 발언을 주목하며 정부가 여론과 상관없이 방출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지통신은 "마쓰노 관방장관은 '여름 무렵'이라는 방출 시기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한편,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4일 일본을 방문해 최종 보고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IAEA가 여태 내놓은 중간보고서 결과를 고려하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오염수 방류 설비는 시운전에 들어갔으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최종 검사를 마쳐 다음주 중 검사 종료증을 도쿄전력에 교부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이 검사 종료증을 교부받으면, 방출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