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죠, 배터리]전기차 빠르면 18분 느리면 8시간?…충전 급속·완속 왜

충전시간 최대 27배 천차만별
기술적 진입장벽 높은 급속충전
국내 기업이 미국·글로벌 1·2위

편집자주'보죠, 배터리'는 차세대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을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배터리 제조 생태계를 차지하려는 전세계 정부·기업의 기민한 움직임과 전략, 갈등 관계를 살펴봅니다. 더 안전하고, 더 멀리 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 경쟁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독자, 투자자들의 곁에서 배터리 산업의 이해를 보태고 돕는 '보조' 기능을 하려고 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터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내연기관차를 주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5분.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충전 시 전류량에 따라 시간은 18분에서 8시간까지 최대 27배까지 벌어진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에는 전류 공급 속도별로 완속 중속 급속 초급속 방식이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규정한 것은 아니고 사업자끼리 분류하는 체계다. 충전기 출력 최대 13kW까지 완속, 100kW미만까지 중속, 200kW미만까지 급속, 200kW 이상을 초급속이라고 한다. 기아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정보를 보면 용량 58kWh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 전기차 EV6 기준 배터리 잔량이 10%인 상태에서 80%까지 충전할 때 50kW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약 63분,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약 18분 걸린다. 완속 충전 시간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단순 계산해보면 7kW 완속 충전 시 약 8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5일 SK시그넷 미국 텍사스 공장 준공식 현장에서 고객들이 초급속 충전기 제품V2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SK시그넷]

이론적으로 보면 배터리 충전 방식은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충전과 방전 원리를 알면 이해하기 쉽다. 충전은 양극에 있던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으로 가고, 동시에 전자도 전선을 타고 이동해서 음극에 리튬이 저장되는 원리로 작동한다. 충전된 리튬이 다시 전자를 방출하면서 양극으로 이동, 저장되는 게 방전이다.

원래 리튬 이온이 있었던 자리에서 나와서 양극과 음극을 오가다 보면 양극과 음극 구조가 조금씩 바뀐다. 배터리 수명을 길게 하려면 리튬 이온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적은 양의 전류를 천천히 보내는 완속 충전을 하면 리튬 이온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다시 돌아간다. 급속 충전은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인데, 너무 빠르다 보니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열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쉽게 말해 급속충전은 배터리 수명을 갉아 먹는다. 하지만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빠른 충전이 중요하다 보니 급속 충전 연구개발이 활발했다"며 "현재는 초급속 충전기가 상용화됐을 정도로 충전 방식 간 차이가 크게 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완속과 급속 충전은 전류 전환을 어디에서 하느냐도 다르다. 한국전력에선 교류(AC) 형태로 전력을 공급하는데,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직류(DC)로 바꿔야 한다. 급속 충전기에는 전류를 직류로 바꾸는 '파워모듈'이라는 부품이 들어있다. 사람 키만 한 높이에 덩치도 크고 설치도 어렵다.

SK시그넷 초급속 충전기 'V2' [사진제공=SK시그넷]

완속 충전은 전환 부품이 전기차 안에 들어있다. 교류로 전기를 주입하지만 전기차 내부에 있는 온보드차저(OBC, On Board Charger)라는 부품이 직류로 바꿔서 받아먹는다. 그래서 완속충전기는 설치가 쉽다. 조그맣게 만들어서 벽에 부착할 수 있다.

초급속 충전기의 경우 SK시그넷이 미국 시장점유율 1위,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500만달러(약 197억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에 공장을 지었다. 다음달부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충전기인 400kW급 'V2' 양산에 들어간다. 15분 안에 80%까지 완전충전이 가능하다. 초급속인데 완충이라고 하면 느리게 충전이라는 느낌이 있는데 80%가 완충인 이유는 정부가 급속충전 대란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배터리의 최대 80%를 충전하거나 50분간 사용하면 충전을 멈추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SK시그넷 관계자는 "급속 충전은 완속 충전보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다"며 "교류에서 직류로 바꾸는 기술 개발이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EVSIS’의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 [사진제공=롯데정보통신]

대영채비와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EVSIS’도 급속충전 주요 플레이어들이다. LG전자의 하이비차저도 있으나 시장 점유율이 높진 않다. 해외에는 스위스 기반 ABB, 호주의 트리티움, 이탈리아의 알피트로닉이 있다.

충전기 연결 방식(충전기 커넥터)은 크게 테슬라형과 논테슬라형으로 나뉜다. 한국과 미국, 유럽 표준은 CCS(Combined Charging System)다. 세계 전기차 시장 1위 테슬라는 이와는 다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라는 독자 표준을 만들었다. 최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나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에 이어 전기차업체 리비안도 테슬라 규격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CCS와 NACS가 치열한 시장주도권 쟁탈전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산업IT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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