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학맥]⑧최태원·이웅열부터 이동관까지..반세기 정·재계 뿌리내린 신일고

이동관 특보 방통위원장 임명 여부 주목
이웅열 최태원 구본식 신동원 등 재계 포진
개신교 바탕 건학…야구 명문고로도 유명

편집자주한국 사회는 거대한 그물망 사회다. 학연, 지연, 혈연이 얽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관심을 끈 것은 학맥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하버드대, 서울법대, 충암고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 것이 상징적이다. 연결망은 단순한 인연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정책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경제는 새롭게 주목되는 고등학교들을 중심으로 인맥을 살펴보는'新학맥'을 격주로 토요일에 보도한다. ①충암고 ②경문고 ③마포고 ④경기고 ⑤여의도고 ⑥현대고 ⑦중앙고 ⑧신일고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신일고등학교(신일고)는 구리(九里) 이봉수 이사장이 기독교적 소양을 지닌 민주시민을 양성하겠다는 것을 건학이념으로 해 1966년에 세웠다. 국·내외 봉사활동을 통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알리며, 국가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힘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신일고는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동문을 다수 배출했다.

신일고 동문으로 최근 이슈에 오른 인물은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7회)이다. 이 특보는 지난해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 7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당시 "특별고문 일곱 명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윤 당선인에게 많은 자문과 도움을 줬다. 취임 후 이뤄질 국가경영에도 지속적인 고견을 부탁드리고자 이번 인선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특보는 1985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공보특별보좌역을 거쳐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대통령 언론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이 특보를 중심으로 '청와대의 신일고 학맥'이 주목되기도 했다. 함께 일했던 박흥신 전 정책홍보비서관(9회)이 신일고 후배이고, 김해수 전 정무비서관과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을 지낸 김동선 전 중소기업청장이 신일고를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이 특보는 장관급인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신일고 출신 재계 인물로는 최태원 SK회장(10회)이 있다.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12회)도 동문이다.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에 입학해 1학년을 다니다 신일고로 전학했다.

최 회장은 신일고에서 이과를 선택해 공부했다. 당시 신일고는 입학 후 1학년은 공통으로 배우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학습하는 시스템이었다. 최 회장이 이과를 선택한 데에는 부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 고 최종현 회장은 서울대 농화학과를 중퇴한 뒤 미국 유학 길에 올라 위스콘신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최태원 회장 또한 문과가 아닌 이과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한다. 한 동문에 따르면 고교 시절 최 회장은 학업에만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고 이과반에서도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최 회장은1979년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지금은 없어진 것으로 알려진 신일고 출신 재계 인사들의 모임 '신수회'도 한 때 주목을 받았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6회), 신동원 농심 회장(7회), 이홍순 전 삼보컴퓨터 회장·김상범 이수화학그룹 회장(9회), 송재빈 전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동생인 신문재 전 교보핫트랙스 대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막내동생인 구본식 LT그룹 회장, 김현배 전 삼미그룹 회장 등이 신수회 멤버였다.

신일고 출신 모임에 '신건회'가 있다. 건설인들의 모임이다. 서재환 금호건설 대표이사 사장, 이교선 일진건설 대표이사 사장, 문영모 SK건설 경영자문위원, 김시환 STX건설 상무 등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고가 배출한 또 다른 재계 인사로는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김장연 삼화페인트공업 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있다.

'아시아경제'에 칼럼을 기고하는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3회)도 신일고를 나왔다. 김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신일고 출신 주요인사.(왼쪽부터) 고영초 건국의대 교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수 LG트윈스 야구선수, 신동원 농심 회장,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이철수 판화가, 정진영 영화배우, 최태원 SK회장

학계·의료계에서는 고영초 건국의대 교수(2회·신경외과)가 동문 사이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2021년 5월 LG 복지재단이 선정하는 'LG 의인상'을 받은 고 교수는, 의대 본과 재학 중이던 1973년 카톨릭학생회에 가입해 매주 서울 변두리 쪽방촌 등 의료취약지역을 찾아 의료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2005년에는 수두증(뇌 안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질환) 환자가 내원 시기를 지나도 소식이 없자, 집으로 찾아가 의식 잃은 환자를 건국대병원으로 이송하고 직접 수술해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고 교수는 '의협신문'과 인터뷰에서 "어떤 날은 병원에서 몇 시간 힘들게 수술하고 한 시간 넘게 운전해서 의료봉사현장에 가면 파김치가 되기도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봉사자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환자들과 만나 진료하다 보면 피곤함이 씻은 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4회·전 고려대 총장)도 신일고 출신이다. 이 대학은 캠퍼스와 강의실의 시간적, 물리적 제약을 해소한 국내 최초의 대학이다. 한샘 조창걸 명예회장이 글로벌 리더를 키우기 위해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고려대 동문이자 최태원 회장의 신일고 6년 선배인 염 총장은 SK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그는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1974년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1979년 장학생으로, 재단 지원 아래 미국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

금융계에서는 강승준 한국은행 감사, 최공필 한국핀테크학회(KFS) 디지털금융센터 대표 등이, 언론계에서는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이 신일고를 빛내고 있다. 정계에서는 지역구(강북구을) 관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교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신일고등학교.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na@

문화계에서는 '판화로 시를 쓴다'는 호평을 받는 이철수 판화가(4회)가 신일고를 나왔다. 1981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1989년에는 독일과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에서 아내와 함께 살면서 농사를 지으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명계남 배우(2회), 선우재덕 배우(12회), 허준호 배우(14회), 고 전태관(12회·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정진영 영화배우(14회), 지석진 개그맨(16회) 등이 신일고를 나왔다.

1980년대 크게 히트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로 유명한 고 이규형 감독(7회)도 신일고 출신이다. 영화 '청블루스케치,1986'의 제작 감독으로 데뷔, 당시 서울스포츠 신문에 연재된 '청춘스케치'를 영화화(박중훈, 강수연)하며 스타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굿모닝 대통령'(1989) '난 깜짝 놀란 짓을할꺼야'(1990) '공룡선생'(1992) 등의 작품을 남겼다.

신일고는 야구 명문고로도 유명하다. 1975년 창단했다. 설종진, 강혁, 백재호, 김재현, 조인성, 안치용, 현재윤, 봉중근, 김광삼 등 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신일고를 나왔다. 황금사자기(8회), 청룡기(2회), 봉황대기(2회)에서 모두 12차례 우승했다. 현재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신일고 출신 선수는 김현수(37회·LG트윈스), 박세혁(39회·NC다이노스), 박해민(39회·LG트윈스), 양석환(41회·두산베어스), 최원준(44회·두산베어스), 김태진(45회·키움히어로즈), 문보경(50·LG트윈스), 김휘집(52회·키움히어로즈) 등 다수가 1군에서 뛰고 있다. 신일고 야구부는 정재권 감독(24회)이 이끌고 있다.

신일고 총동문회가 발생하는 신일회보 82호

신일고 졸업생의 남 다른 선행이 동문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일도 있다. 동문 강모씨(9회)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던 시민을 구조했다. 2021년 4월 1일 오후 6시께 서울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를 주행하던 강 씨는 우연히 시민 A씨가 다리 난간에 발을 걸치는 장면을 목격하고 다급하게 경적을 울리며 급히 차를 세웠다고 한다. A씨는 당시 몸이 난간 바깥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상태였는데, 조금만 늦었어도 다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 씨는 "인생이 힘들어도, 살아봐야 한다"며 A씨를 다독이며 구조대를 불러 생명을 구했다.

신일고 졸업생들의 소모임도 활발하다. 골프, 등산 등 다양한 모임이 있지만, 그 중 '신일OB합창단'이 대표적이다. 2005년 12월 창단된 신일OB합창단은 2006년 10월 코엑스에서 신일학원 창립 40주년 기념 음악회를 시작으로 매년 연주회를 열고 있다. 자선공연도 펼친다. 음악을 사랑하는 신일고 동문 50여명으로 구성됐다. 최창수 신일고 총동문회장(8회)은 "그동안 여러 은사님들과 선·후배님들이 모교의 명예를 훌륭히 쌓아놓았다. 그 명성에 어울릴 수 있도록 더 사랑받고 즐겁게 참여하고 싶은 총동문회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일고등학교 설립자 이봉수 장로상과 체육관.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반세기 넘는 전통 '명문사학' 신일고는]

신일고 설립자인 구리(九里) 이봉수 이사장은 1917년 12월 24일 평북 의주(평안북도 서북쪽에 위치한 군)에서 태어났다. 아호 '구리'의 의미는 ‘십리도 못되는 구리밖에 안되는 작은 고을에서 태어났으며 십리도 못 채우는 작은 인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호에서 볼 수 있듯, 늘 낮은 자세로 겸손하고 검소한 삶을 살고자 하는 성품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근면을 바탕으로 신일기업주식회사를 창업했고 이를 모태로 한국유리공업주식회사, 신일개발주식화사, 한국산업가스주식회사 등 여러 기업을 세워 한국 경제 부흥에 공헌했다. 교육에 특별한 뜻이 있어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 양성을 목적으로 학교법인 신일학원과 신일중고등학교를 설립했다. 모태신앙으로 29세에 장로로 안수받았으며, 고향인 평북 의주에서 시무장로와, 서울 동신교회 원로장로로 독실한 개신교인의 삶을 살았다. 경제부흥과 종교 및 사회발전에 기여한 업적으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단국대학교에서 명예경영학 박사, 미국 에머슨대학교와 계명대학교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6년 10월 설립한 신일고는 2010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했다. 원어민교사의 수준별 영어회화 교육(국제반), 수준별 피아노 교육, 클래식 및 기타 교육, 문화예술공연, 전시회 관람 등 예체능 성장을 돕고 있다. 신앙 수양회, 추수감사 예배, 신앙교육, 신일 기도 모임으로 인성 교육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교생을 위한 850여석 규모의 자습실에서 아침, 방과후 시간, 야간, 주말 자습도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선·후배 멘토링, 심화 탐구, 독서 토론, 수준별 교과 특강을 통해 학력 강화와 재능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모상경 신일고 교장은 "미래형 인재 양성의 산실인 신일고는 앞으로도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칭찬 받는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을 양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편집국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편집국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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