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G사태' 공범과 피해자 그 사이에서

지난 12일 오후 늦게 한 법무법인에서 'SG증권발 폭락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구제방법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다녀왔다. 피해자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방문했지만, 이곳에서 한 명의 피해자도 만날 수 없었다. 전날 진행한 세미나에서도 4명만이 자리를 채웠다고 한다.

'SG증권발 폭락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본인이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구제 생각조차 섣불리 못 하는 모습이다. 현 상황에서 고민없이 명확히 피해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는 조작된 주식 가치에 속아 주식 종목을 취득했다가 폭락을 겪은 '개미 투자자'들만이 유일해 보인다. 또 다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도 "주가조작 공범으로 엮일까 봐 두려워하는 의뢰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투자자들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이다.

이들이 공범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라덕연 호안 대표 일당이 주가조작을 위해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범행방식과 연관이 깊다.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통정매매' 수법으로 주가를 올렸다고 보고 있는데, 이를 위해 투자자 명의의 휴대폰과 계좌를 이용했다.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라 대표 일당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투자자들이 통정매매를 통한 주가 부양 사실을 알았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불법일임투자를 했다는 사실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이 '불법일임투자'를 했다는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이들이 모두 라 대표의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있던 공범이라고 묶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가조작 사실을 모르고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주는 지인을 통해 들어온 투자자, 본인의 동의 없이 CFD계좌가 생성된 투자자, 시세조작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폭락을 예측하지 못해 피해를 본 투자자 등 주가폭락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스펙트럼은 넓다.

세밀한 수사만이 공범이냐 피해자냐의 논란을 일축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공범의 실체는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는 것 같다. 라 대표도 구속 전에는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투자자들의 계좌 116개를 이용해 총 474억원의 주식을 통정매매한 정황을 파악했다. 고액 투자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속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교한 수사를 통해 피해자냐 공범이냐 논란이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그래야 진짜 '피해자'도 구제를 받을 길이 열릴 것이다.

사회부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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