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방사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한 영국 교수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해 논란인 가운데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이를 반박했다. 서 교수는 삼중수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은 맞지만, 일단 몸속으로 들어갈 경우 혈액과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지난 1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의 발언을 반박했다. 앨리슨 교수는 방사선과 원자력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고 있으며 방사선 핵 물리학 분야 권위자로 알려졌다.
웨이드 앨리슨 교수는 지난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의 주최로 열린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을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후쿠시마 앞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1ℓ 물이 내 앞에 있다면 마실 수 있다"고 발언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가 배출하는 저선량 방사선에 장기적으로 노출됐을 때 영향에 대한 연구가 없어 안심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삼중수소도 수소의 한 형태라 물과 함께 씻겨나가기 때문에 몸 안에 머무르는 시간은 12~14일 수준"이라며 "체내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통한 영향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 교수는 "교과서에는 그렇게 나온다"면서도 삼중수소가 몸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리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몸은 60% 이상이 물이다. 삼중수소도 물인데, 둘이 섞이게 된다"며 "생체, 유기체에 결합하게 되면 혈액 특히 백혈구에 붙으면 약한 전기가 나온다. 방사선으로는 약하지만 충분히 세포를 절단시키고도 남을 힘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색체가 이중나사로 연결돼있는데 그것을 충분히 끊을 수 있는 것"이라며 "배설은 되지만 그 전에 12일 동안 삼중수소가 얌전하게 있지 않는다. 과학자는 의학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앨리슨 교수 발언에 과거 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이 재소환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발생 한 달 뒤인 2011년 4월 '먹어서 응원하자'라는 구호를 내세워 후쿠시마 재건 캠페인을 벌였는데 당시 현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었던 일본 연예인 가운데 일부가 백혈병·암 등의 질병을 얻은 것이 알려지면서 후쿠시마 농수산물 공포가 커진 바 있다.
2011년 11월후쿠시마에 살던 아베 히로토씨(23)는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홍보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낚시한 물고기와 지역농산물을 먹은 후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했고, 후쿠시마 응원을 위해 지역 농수산물을 먹어온 일본 남성 아이돌 그룹 토키오의 야마구치 타츠야가 2012년 3월 세슘 137에 내부 피폭 판정을 받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종 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 관련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면 올여름께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IAEA는 이달 초 중간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검증 결과 '문제 없음'이라고 밝힌 만큼 최종 보고서에서도 '문제 없음'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매일 120t의 오염수를 처리·희석해 30년 동안 방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