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CF100 추진에 호응하는 기업들…'두 배' 오른 재생에너지 인증비 절약

REC, 2년6개월 만에 2배 상승
CF100에선 구입비 아낄 듯
"RE100 중복가입, 큰 문제 아냐"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이 CF100(무탄소 에너지 100%) 정책 논의에 참여하라는 정부 독려에 호응했다. CF100은 '24/7 Carbon Free Energy'를 줄인 말이다. 매일 24시간, 1주일 내내 무탄소 전력만 쓴다는 뜻이다.

이미 RE100(재생에너지 100%)에 가입한 업체들은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가격이 2년 6개월 만에 2배로 뛰어 부담이 커졌다며 CF100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CF100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 쓰도록 요구하는 RE100과 달리 원자력, 수소발전 등을 허용하는 체계다.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무탄소 에너지(CFE) 정책포럼' 출범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출범식엔 삼성전자, SK, 현대차, , 두산에너빌리티, GS에너지, SK E&S, 한화에너지 등이 참여한다. RE100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조달하는 캠페인이다. CF100은 원자력, 수소, 탄소를 포집·저장(CCS)한 화력발전 등도 허용한다. 2021년 9월 구글, UN 등이 출범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100여개 기업·기관이 제도를 만드는 중이다.

산업부는 올해까지 CFE 관련 국내 제도를 만들어 기업 가입을 유도한 뒤 내년부터 시범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제도 운영은 대한상의에 맡길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현실에 맞게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 수소 등을 포괄하는 제도를 만들어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라며 "내년에 기업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CF100 제도 보급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자력, 수소발전을 재생에너지와 섞어 쓸 수 있게 되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 RE100에 이미 가입한 기업들이 CF100에 긍정적이다. RE100 가입 기업은 자가발전(설치·사용)만으로 재생에너지를 100% 충당하기 어려워 REC, 녹색프리미엄 등을 구매해 탄소저감 실적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 시세표를 보면 REC 단가는 2020년 12월31일 3만5500원에서 지난 11일 7만1200원으로 두 배(101%) 상승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RE100에서는 사업장 전력 5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해도 나머지 50%를 충당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증명서를 구입해야 하지만 CF100에선 재생에너지 50%, 원자력 50%로 전력을 조달해도 재생에너지 관련 추가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기업들은 "아직 스터디 수준"이라며 CF100 가입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출범식을 비롯한 CF100 관련 논의에는 참여할 방침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RE100과 CF100을 동시에 가입해도 문제없다는 반응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RE100 주관 기관 영국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등은 CF100 활성화를 추진 중인 RE100 가입 기업인 구글이나 MS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고 있지 않다.

수소 사업 중인 SK그룹이나 원자력 업체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CF100이 보편화되면 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출범식에 참여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이 열악한 한국 현실 때문에 여러 기업이 CF100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매일 24시간, 1주일 내내 사업장 소재 국가에서 생산한 무탄소 전력만 써야 한다'는 CF100 조건을 지키기가 RE100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글, MS 등 IT서비스 기업들은 이미 RE100을 달성했기 때문에 CF100 가입을 검토할 여유가 있지만 국내 제조업체들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출범식 참여 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원자력도 '무탄소 전원'이니 괜찮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CF100 가입 여부를 섣불리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산업IT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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