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내렸는데 빌라 벗어나자'…아파트 매물 30% 사라져

세입자, 이자 하락에 전세 시장으로 회귀
빌라 등 전세 사기 여파로 아파트 선호 강화
전셋값 하락은 계속…하반기 역전세 우려

고금리 시대 월세 선호로 넘쳐나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6개월 만에 30% 감소했다. 전셋값이 대폭 하락하고 대출 이자가 3%대로 떨어지면서 월세로 갈아탔던 세입자가 다시 전세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빌라·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횡행했던 전세사기 여파로 인해 보다 안전한 아파트로 진입하려는 세입자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6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8614건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5만4765건 대비 29.5% 감소한 수치다. 11월은 금리 인상 본격화로 전세 기피가 극심해지며 서울 매물이 5만건 천장을 뚫은 시기다. 이후 올 2월까지도 5만건대를 유지하던 매물은 3월 4만건대로 감소한 뒤 5월 들어 3만건대로 줄어들었다.

서울 자치구 25개구 중 최근 6개월간 감소 폭이 가장 컸던 곳은 서대문구다. 지난해 11월 1943건에서 현재 903건으로 53.6% 줄었다. 두 번째는 마포구로 2382건에서 1114건으로 53.3% 급감했다. 이외에도 감소율이 40%를 넘어선 자치구가 5곳에 달한다. 강동구는 2322건에서 1263건으로 45.7%, 성북구는 1857건에서 1027건으로 44.7% 감소했다. 뒤이어 강서·금천·동작의 감소율이 각각 42.8%·42.6%·41.8%에 달했다.

전세 매물이 이처럼 단기간에 급격히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전셋값 하락이다. 고금리에 전세 기피가 심해지자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찾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셋값을 낮췄다. 여기에 전세 대출 금리가 3%대까지 떨어지면서 세입자들로선 전세를 마다할 이유가 없게 됐다.

비(非)아파트 시장을 덮쳤던 전세사기 역시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이다.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우려가 커진 빌라·오피스텔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여겨지는 아파트로의 이동을 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전셋값 급등으로 비 아파트로 떠났던 세입자들의 아파트 회귀가 자연스러워졌다.

전세 매물 감소에도 전셋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7% 떨어졌다. 올해만 모두 10.82% 하락했다. 하지만 매물이 사라진 대단지 위주로 전셋값이 반등한 아파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입주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의 경우 전세 매물이 지난해 11월 628건에서 현재 59건으로 감소했는데, 5억원까지 떨어진 전셋값이 호가 기준 6억5000만~8억6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아현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축 발 전세대란이 안정되면서 바로 옆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셋값도 59㎡ 기준 올해 초 5억원대에서 다시 6억원대로 올랐고 로얄동 중층은 7억5000만원까지 뛰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봄 이사철이 끝나가는 무렵이라 전세 수요가 줄고, 앞으로 신축 입주 물량도 상당해, 매물 감소와 그에 따른 가격 하락 폭 축소가 계속 이어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서울 전셋값이 2021년 말 고점을 찍은 만큼 올해 하반기 역전세가 대거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봄 이사철 상급지 이동 수요가 마무리되고, 급매물 소진으로 가격이 오르면 앞으로 매물 감소 추세가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대단지 신축 입주 인근에서는 전셋값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셋값이 고점이던 2021년 말 계약이 올해 만료되는 만큼 역전세 여파로 감액 갱신계약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건설부동산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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