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엔데믹과 감염취약계층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의 종식)선언'이 이뤄진 1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 질의응답 시간에 한 노인 전문지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을 위해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을 3~4개월 연기를 부탁드린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일상적·상시적 관리체계에서도 코로나19를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한 의미도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와 작별인사를 했지만 노인 등 감염취약계층은 일상회복과 거리가 멀다. 지금도 매일 10명 안팎으로 숨지고 있다. 일반인에겐 코로나19가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80세 이상은 치명률이 2%에 이른다. 6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풀린다. 병의원·약국에서도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때문에 백신 접종이 제대로 안 된 고연령층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코로나 통계는 한 달 중 4번만 발표된다. 고연령층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줄어들 수도 있다. 코로나 엔데믹의 그림자인 셈이다.

정부는 당분간 코로나19 입원 치료비·치료제·예방접종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간다지만 중단은 예정된 수순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폐렴·독감 등 여러 바이러스로 숨지는 사람들이 많았고 코로나도 그것의 일종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감내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소수 때문에 다수가 언제까지나 희생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칫하면 감염취약계층에 대한 방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진정한 엔데믹이 되기까지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독감 접종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감염 시 치료제를 처방받는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엔데믹 선언은 감염병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대응의 시작이다.

바이오헬스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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