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등산을 취미로 삼는 이들이 덩달아 늘고 있다. 과거 등산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등산을 즐기려는 젊은층이 늘면서 등산복 또한 트렌디한 패션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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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을 오르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지난 1일 친구와 함께 북한산을 등반했다는 직장인 김모씨(27)는 "생각이 많을 때는 오히려 몸을 움직여야 한다"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등산을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뿌듯함으로 인해 몸이 힘들어도 산에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내보다 실외운동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등산의 인기가 늘어났다. 이에 산에 빠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의미하는 '등린이(등산+어린이)', '산린이(산+어린이)'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MZ세대의 등산 열풍은 뜨겁다. 인스타그램에 '등산스타그램'을 검색하면 약 157만개의 게시물이, '등린이'를 치면 77만1000개의 게시물이 뜬다. 특히 이들은 개성 있는 등산복을 차려입은 채 자신의 등산 과정을 정성스레 기록해 SNS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특히 일부 젊은층은 '플로깅(plogging)' 활동을 하기 위해 일부러 산행을 택하기도 한다. 플로깅은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ka up·줍다)'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쓰레기를 주우면서 산책을 하거나 등산하는 친환경 운동을 뜻한다. 환경윤리에 관심이 높고 자기 관리 및 건강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플로깅 활동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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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등산 열풍에 아웃도어 브랜드도 호황을 맞고 있다. 노스페이스(영원아웃도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3% 성장한 7639억으로 집계돼 아웃도어 전성기 시절 7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이어 K2(케이투코리아)도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6%와 12.5%씩 올랐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수지·아이유 등 젊은층에게 인기 많은 연예인을 전속 모델로 내세워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또 젊은층으로 인해 아웃도어룩 트렌드가 바뀌기도 했다. 과거 등산복은 알록달록한 색깔과 화려한 문양의 디자인이 많았으나, 이제는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고프코어룩'이 주목받기도 했다. 고프코어는 야외 활동 시 체력 보충을 위해 먹는 견과류인 고프(Gorp)와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다. 즉 등산복을 일상복으로 활용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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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등산 열풍은 '작지만 확실한 성취'를 이루고픈 이른바 '소확성'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MZ세대에게 등산은 '완등'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취가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취미로 자리 잡은 셈이다.
또 '갓생'의 연장선으로 등산을 꾸준히 하는 이들도 있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God'와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생산적인 일상을 보내고, 성취감을 얻는 일을 규칙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매일 7시 기상, 매일 물 1리터 이상 마시기, 감사일기 쓰기 등 소소한 루틴을 꾸준히 실천하여 성취감을 쌓아가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