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도로와 공항 등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경제 효과를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의 면제 기준 완화를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기 어려울 정망이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해 여야가 포퓰리즘 법안을 '짬짜미' 처리한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집권여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7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상정·의결한다는 계획을 보류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개정안이) 포퓰리즘이라는 오해가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야당 간사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번(오늘 전체회의)에선 합의된 것만 처리하기로 했다"면서 "여야간 합의가 안되면 (상정)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신 의원은 "이번 법안은 그쪽(국민의힘)에서 먼저 올리자고 해서 한 것"이라며 "처리하자고 해놓고 이제 와서 그렇게(보류하자고) 하니, 국회만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2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선 예타 대상 금액 기준을 현행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으로, 국가의 재정지원규모 300억원 이상에서 500억원까지 올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하지만 예타 면제 기준이 완화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지역구 사업이 무분별하게 쏟아질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개정안 처리 속도를 조정하고 나선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 상황에서 이런 예타 면제 (완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국민들의 우려가 높다. 이런 우려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문제"라며 "이에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론을 수렴한 후 법안을 더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또 이달 상정이 미뤄졌던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개정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민주당 반대로 미뤄진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도 재개돼야 한다"며 "비기축 통화국으로서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선 재정 건전성에 나라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민주당에 법 제정을 촉구했다. 예타 면제 완화법의 처리가 미뤄진 가운데 여당은 다시 재정준칙과의 연계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야당은 재정준칙 도입에 부정적인 만큼 개정안 처리는 난항이 예상된다. 기재위 야당 관계자는 "원래 예타 면제법에 대해서는 여야의 많은 의원들이 발의를 했었던 상황이고 공감대가 예전부터 형성돼 있었던 것"이라며 "재정준칙에 합의를 안해주니 이 법을 볼모잡는 식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