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사전]'중꺾그마'…꺾여도 괜찮아, 다시 일어서잖아

편집자주MZ세대의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와 행동에 당황하셨나요. 오해 없도록 이해를 돕습니다. 진짜 MZ들이 속뜻을 풀어드립니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한 직장인 A씨는 집에 도착해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소파에 누웠다. 야근한 것도 서러운데, 상사에게 한마디 들어 기분이 잔뜩 상했다.

맛있는 야식을 먹고 싶어도 늘어난 체중에 쉽사리 배달시키지 못한다.

인터넷 기사를 보면 고위급 자제들이 마약을 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번화가 뒷골목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둥 말이 많다. 자신만 이렇게 힘들게 일상을 지키면서 사는 건지 회의감이 든다.

괜히 친구에게 "'중꺾마'라는데, 이미 꺾였으면 어떡하지"하고 메신저로 투정도 부려본다.

친구 B는 대수롭지 않게 답한다.

<i>"야, 요즘엔 '중꺾그마'야"</i>

'중꺾그마'는 '중꺾마'의 변형

[사진출처=유튜브 '할명수' 영상 캡처]

'중꺾그마'란 '중요한건 였는데도 냥 하는 음'이라는 뜻이다.

'중꺾그마'를 알기 위해선 '중꺾마'를 알아야 한다. '중꺾그마'는 '중꺾마'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2022년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로 꼽히는 '중꺾마'는 이스포츠(e-sports) 대회 '리그오브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한 프로게임단 DRX 소속 선수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말이다.

DRX가 패배한 후 한 선수의 인터뷰에서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로그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이다.

이후 DRX가 역전 드라마를 써 내려가며 최종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서 해당 문장이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고, 다른 분야로도 퍼지게 되었다.

전 국민이 애용하는 유행어가 된 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였다. 한국이 포르투갈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선수단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나와 화제가 됐다.

태극전사들의 대역전극에 '중꺾마'는 단순 위로가 아닌 진심이 담긴 메시지로 대중에게 다가왔다.

일상을 지키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중꺾그마'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트위터]

다만 '중꺾마' 열풍은 한편으론 직장인에게 부담이기도 했다.

직장 생활에 어떤 대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꺾이지 않고 버틴다고 해서 국위선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날들에 '중꺾마'는 너무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인 박명수가 한 '중꺾그마'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박명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할명수'에서 독도 여행을 하는 도중 어려움을 겪자, 제작진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방법을 찾자고 독려했다. 이를 들은 박명수가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거야"라며 받아쳤다.

이 장면을 캡처한 사진이 순식간에 퍼졌고, 인터넷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이는 수많은 일상 블로그 포스트나 일상 브이로그(vlog) 유튜브 영상 등에서 제목으로 활용되는 등 많은 이들의 심경을 나타내줬다.

"인생은 꺾임의 연속…꺾여도 계속 가지를 뻗어야"

이후 KBS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박명수는 화제의 검색 키워드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중꺾그마'를 소개했다.

그는 '중꺾마'를 비틀게 된 이유로 "우리 일반 사람들은 꺾일 일이 너무 많다"며 "그렇다고 안 할 거냐?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이어 "저는 매일 꺾인다. 하루에도 수십 번 실망하고 포기한다"며 "그래도 다시 이겨내는 거다. 인생은 꺾임의 연속이다. 꺾여도 계속 가지를 뻗어야되는 게 인생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명수는 원래 있던 명언을 비틀어 새로운 명언을 탄생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명언은 '현실적'이라 공감이 간다는 평을 듣는다.

대표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티끌 모아 티끌' 등이 있다.

이슈2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