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제휴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카드가 우선 유치한 애플페이의 효과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수수료 부담도 있는 만큼 당장 진입해 초기 경쟁을 펼치기보단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선점 효과가 얼마나 될지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1등으로 도입한 게 아닌 이상 두 번째 도입은 크게 의미 없다고 본다"라며 "아직까지 단말기 보급도 다 안 된 상태고 현대카드가 어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지 지켜본 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대외적인 '1등 효과'는 이미 놓친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실익'을 면밀히 따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토스의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 및 매장관리 솔루션 자회사 '토스플레이스'가 자사 단말기에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국제 규격 EMV 인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애플페이를 수용할 수 있는 매장은 한정적이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 스타벅스 등도 당분간은 도입 계획이 없는 상태다. 현대카드 선호도가 오르는 등 회원수 증가 효과는 확실시되지만 애플페이의 결제 건당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실제 실적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애플이 암묵적으로 현대카드의 독점 기간을 유지해주기로 한 점을 차치하더라도 제휴 진행 자체가 빠르게 될 수는 없는 물리적 조건이라는 시선도 있다. 국내에 애플페이 제휴 관련 애플 인력이 극소수에 불과해 당장 여러 카드사가 제휴 제안을 하더라도 상당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추후 카드사들은 공동으로 제휴를 맺으며 수수료 등 각종 관련 비용을 보다 낮추려는 방안도 고민 중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수료를 걷는 애플 입장에서도 제휴 카드사들이 많아야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언젠가는 '빗장'이 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삼성페이의 암묵적인 압박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플페이에 맞서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온·오프라인 동시 확장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시기에 카드사들이 대거 애플페이에 동참하는 모양새가 나온다면 대대적인 분위기 조성이 잘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결제 건당 수수료를 받지 않았던 삼성페이가 카드사들에 앞으로 추가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결제 건당 수수료가 아니더라도 기존에 제휴 수수료를 늘릴 수도 있어 카드사들이 섣불리 삼성페이와 척지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