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홍콩 축구 팬들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홍콩 유니폼'을 사수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지난 23일 홍콩-싱가포르 남자 축구 대표팀 친선 경기가 열린 스타디움에서 팬들의 긴 대기행렬이 목격됐다.
26일(현지 시각)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홍콩과 싱가포르 남자 축구 대표팀 사이에 치러진 친선 경기가 열린 몽콕 스타디움에서는 이례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홍콩축구국가대표팀 [사진출처=홍콩축구협회]
경기가 시작되기 무려 4~5시간 전부터 경기장 안의 기념품 판매처에서 홍콩의 마지막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이다.
이번 경기는 홍콩 정부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방역을 완전히 해제한 뒤 열린 첫 친선 국제 경기, 홍콩 팬들은 일찍이 현장에 모여들어 유니폼 구매에 열을 올렸다.
이들이 유니폼 사수에 나선 까닭은 최근 홍콩축구협회가 발표한 내용 때문이다. 협회는 지난 1일 연례 회의를 개최한 후 기존 협회 명칭에 ‘중국’을 더한 ‘중국홍콩축구협회’로 변경하겠다고 결정했다.
특히, 이와 동시에 협회 상징과 홍콩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중국’을 새겨넣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홍콩체육협회·올림픽위원회가 홍콩의 모든 스포츠 단체에 오는 7월 1일까지 공식 명칭에 ‘중국’을 포함하지 않을 시 더는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공고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3일 홍콩 몽콕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축구 홍콩-싱가포르 대표팀 친선 경기장에서 홍콩 팬들이 응원을 펼치는 모습. [사진출쳐=AP·연합뉴스]
이에 따라 ‘중국홍콩’이 새겨진 새로운 유니폼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기존의 홍콩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은 이번 달까지만 판매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점 등을 통해 구매 문의를 이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HKFP에 따르면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유니폼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마지막일 수 있는 ‘홍콩’ 대표팀의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다만 이날 준비된 유니폼 물량은 판매 개시 1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동이 나면서, 흥분한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실망과 항의의 뜻을 표하며 고성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