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SVB 사태, 국내선 발생 가능성 희박'

보험연구원, 국내와 미국 상황 비교 분석
금리상승 영향 간과…규제 적용도 안돼
국내선 위험관리 규제 엄격…보험사도 대비해야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은행은 자산부채관리(ALM) 등 위험관리가 매우 엄격하다는 이유에서다.

26일 보험연구원의 윤성훈 선임연구위원과 최성일 연구위원은 'SVB 파산과 ALM 중요성'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금리 상승 영향 간과한 SVB

보고서에 따르면 SVB는 2019~2022년 동안 기술산업 호황으로 기술기업으로부터 예금이 대규모(250%0 증가했지만 대출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미국 국채와 주택모기지채권(공기업 보증) 등을 위주로 유가증권 투자를 늘렸다. 특히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만기 10년 초과 유가증권 비중을 79%에 달할 정도로 높였다.

결국 이것이 문제로 작용했다. 만기 10년으로 가정하면 금리 1%포인트 상승시 100억달러(약 13조원) 이상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위험성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2022년 2월 0.25%에서 올해 2월 4.75%까지 올리면서 채권 중심의 SVB 보유 유가증권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기술산업 호황이 끝나면서 기술기업들이 예금을 대거 인출한 것이다.

때문에 SVB는 서둘러 유가증권을 대량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만기보유증권의 미실현 손실은 170억달러에 달했고, 매도가능증권 매각으로 18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SVB는 이후 20억달러 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지만 오히려 건전성 및 유도성 문제를 드러내는 일이 됐고, 연방 감독당국은 결국 SVB의 파산을 결정했다.

보고서는 "SVB처럼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만기)이 일치하지 않으면 금리 등락에 따라 자본이 증감하는데,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길면 금리 상승시 자산이 부채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다"라며 "SVB는 금리 위험과 유동성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기본적으로 자산부채종합관리가 없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美 중소규모 은행, 규제 대상 아냐…부실한 관리

특히 바젤위원회 규제가 미국에서 아직 엄격히 도입되지 않은 점도 이같은 사태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2016년 4월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은행계정 금리위험(IRRBB) 관리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금리 충격 시나리오 아래서 자기자본의 경제적 가치 변동과 순이자이익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공시토록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이같은 공시 기준이 도입되지 않았다. SVB 파이낸셜그룹 연차보고서에도 관리한다고만 기술돼있지만 실제 관리 내용은 없었다. SVB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등 유동성 규제 완전 적용 대상도 아니었다. 바젤Ⅲ에 따르면 국제적 영업은행이 규제 대상인데, 미국은 총자산 2500억달러, 해외 위험노출(익스포져) 100억달러 이상이 아닌 경우 완화된 LCR을 적용하고 있다. NSFR도 자산 규모 1000억~2500억달러인 은행은 규제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국내에선 규제 엄격…SVB사태 발생 가능성 희박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위험과 유동성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바젤위원회 규제가 미국과는 달리 모든 은행에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때문에 연구위원들은 SVB와 같은 사례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LCR 및 NSFR 규제는 은행에만 적용되고 은행지주회사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확대 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우상향하는 수익률 곡선 하에서 금리 차익을 얻기 위해 자금을 중개하는 모습은 비은행금융회사의 자금 중개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며, 은행지주회사의 연결기준에 대한 LCR과 NSFR 도입은 이들 비은행금융회사를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에 대한 제도적 대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보험사의 새 회계기준 'IFRS17'의 경우 부채와 자산의 시가평가를 통한 보험사 금리위험 관리가 자기자본규제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시장 경색으로 보험회사의 유동성 위험이 커졌던 만큼 이를 감안해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금융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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