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억원이면 빌라 말고 신축아파트'…다세대·연립 전세거래 33% 급감

서울 非 아파트 전세 거래량 저조
고금리로 고전하던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회복
"아파트 전셋값 싼데 굳이" 빌라 수요 이동

"2년 전 빌라 전셋값 3억2000만원으로 신축 아파트에 살 수 있다니, 전세 시장이 완전 딴판이 됐네요."

30대 신혼부부 김모 씨는 4월 지금 사는 서울 중구 신당동 빌라를 떠나, 은평구 응암동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다. 2년 전 전셋값이 한창 비쌀 때 오래된 아파트 대신 신축 빌라를 택했는데, 최근 아파트 전셋값이 싸지면서 더 이상 빌라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졌다.

서울 다세대·연립·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전세시장이 거래절벽으로 고전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 시장이 오랜 한파를 딛고 올해 초 거래량을 회복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빌라왕 사기’로 비아파트 전세 기피가 계속되는 데다 아파트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세입자 수요가 아파트로 쏠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다세대·연립 전세 거래량은 총 4965건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2월 7408건과 비교하면 2443건, 약 33% 급감한 수치다. 다세대·연립 전세 거래량은 고금리 여파로 대출이자 부담이 늘며 지난해 6월 6000건대(6800건)로 감소한 이후, 12월 4626건으로 줄어 지금까지 4000건대를 이어가고 있다.

2월 오피스텔 전세 거래량도 2309건으로 한 달 전 2137건보다는 많지만 1년 전 2920건 대비 약 27% 감소했다.

함께 고전하던 아파트 전세 시장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2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2086건으로, 1년 전 1만3061건보다는 적지만 지난해 3월 1만2697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거래량이 가장 저조했던 11월 9385건과 비교하면 2701건, 약 29% 많다.

비아파트 전세 시장의 오랜 거래절벽에는 복잡다단한 배경이 있다. 우선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빌라왕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나 오피스텔 전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며 시장이 위축됐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이 급락하며 깡통 전세 가능성까지 커지자 비아파트 전세 기피가 심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체재인 아파트 전셋값의 급락은 비아파트 시장에 큰 타격을 입히는 모양새다. 신축 아파트 공급은 지속되는데 세입자를 찾지 못한 집주인이 아파트 전셋값을 급격히 깎자 빌라나 오피스텔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다.

서울 강북권에서 빌라를 주로 중개해온 한 부동산 중개법인 관계자는 "새 임대차법 이후에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신축 빌라 쓰리룸은 집도 보지 않고 전화로 계약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전세 사기 여파에 아파트 전셋값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빌라 임대인들이 세입자 모시기에 힘겨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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