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김호 전 축구감독(78)은 환갑이 되기 전 차를 팔았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감독을 그만두고 58살이 됐을 무렵으로 그는 기억했다. 전국을 함께 누빈 '애마'였다. 김 전 감독은 당시 그 차를 운전해서 전국에 있는 축구장을 돌며 수많은 인재를 발굴했다. 애마와의 이별이 아쉬웠을 법도 한데, 김 전 감독은 오히려 "팔고 나니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경기도 용인시 자택 근처 공원에서 본지와 만난 그는 "젊었을 때 빨리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해 차를 놔버렸다. 그때의 선택으로 지금 건강한 다리를 갖고 다닌다"고 했다. 80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김 전 감독의 종아리는 튼실하다. 살과 근육이 단단하게 붙어 있다. 하체가 얇아지고 힘이 없어지는 동년배들과 대조됐다. 그는 "지금 공을 차면 전성기 때만큼 아니겠지만, 35m는 날아갈 것"이라며 "많이 걸었다는 증거"라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김 전 감독은 아침마다 식사 전 산과 공원을 걷는다. 거리와 양을 정해두지는 않지만, 걸을 때 규칙이 하나 있다. 계단이 있는 구간에선 걷지 않고 달리는 것. 김 전 감독은 "심장에 짧은 시간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린 하루 중 심장에 최소한 2~3분은 자극을 주는 운동을 해야 심장이 단단해지고 혈액 순환도 원활해지면서 건강해질 수 있다. 꾸준히 걷는 것보다 50m 전력 질주하는 것이 더 운동 효과가 크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를 통해 사람들이 심장을 단련시키면 '스포츠 심장'도 갖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스포츠 심장은 통상 운동선수들의 몸에서 많이 발견되는 '스포츠에 최적화돼 있는 심장'이다. 심실의 벽이 두껍고 평소 맥박이 느리지만 운동을 할 때만큼은 혈액의 수송량이 일순간 폭발적으로 늘어 신체의 기능을 단번에 끌어올린다. 특히 순간 스피드와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능률적이다. 일순간 달아오른 심장은 운동 후 휴식할 때 평소 맥박으로 회복된다. 이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우리 몸은 그만큼 활성화돼 있는 것이다. 김 전 감독은 "우선은 꾸준하게 걷고 뛰면서 지구력을 기르고 이후에 1분 정도 확 끌어올려 맥박이 180까지 올랐다가 120으로 떨어지는 시간을 재보면 내 심장이 얼마나 단련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해진 신체와 체력 덕분에 김 전 감독은 새벽마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 모두 봐도 지치지 않는다. 그는 매주 주말 유럽 무대를 누비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다 TV로 시청한다. 특히 고향(통영)과 선수 시절 포지션(수비수)이 같은 김민재(26·SSC나폴리)의 경기를 눈여겨본다. 김민재는 올 시즌 이탈리아 프로축구 나폴리로 이적해 맹활약하며 세계 최고 수비수 반열에 올랐다. 소속팀 나폴리는 정규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덕분에 김민재는 유럽 명문 구단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 전 감독은 "이탈리아는 전반적으로 날씨가 좋다"며 "(김)민재가 잉글랜드, 독일 등지로 이적하면 기후와 잔디에 빨리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곳들은 이탈리아와 비교해 덜 건조해서 잔디가 대체로 미끄럽고 잘 넘어질 수 있어 부상 위험이 있다. 잔발을 많이 해야 하고 발목에 힘이 좋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우리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58)에 대해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은 1994년 우리 대표팀을 이끌고 미국월드컵에 나가 클린스만을 상대했다. 당시 대표팀은 C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에 2-3으로 져 2무1패로 탈락했다. 클린스만은 이 경기에서 우리 골문에 두 골을 꽂아 넣었다. 김 전 감독은 "리오넬 메시가 그렇듯, 클린스만도 그만이 가진 장점이 있었다. 경기영상을 보며 클린스만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나갔지만, 큰 체격조건으로 등을 지고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때리는 슈팅을 우리가 막지 못했다. 당시 우리 선수들이 체격이 큰 공격수들에 많이 약했다"고 회상했다. 감독 클린스만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독일 사람들은 정직하다는 믿음이 있다. 클린스만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선수 기용, 전술을 운용하는 데 있어 숨김이 없을 것"이라며 "흔히들 스타 출신 감독이 가지는 좋은 기질들을 어떻게 발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이 기술고문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데 대해 "역할이 명확하지도 않다. 대표 선수를 추천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해야 할 자리에 적임자를 제대로 앉힌 건지 다소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