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기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주주가치 제고'라고 쓰고 '총수일가의 수혜'로 읽는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총수일가일 경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의 최대 수혜는 총수일가가 받는다. 당연한 얘기다. '회사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데 소극적이다'라는 비판을 받는 한국 상장사들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결정을 하고서도 '최대주주 주머니를 불리기 위한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가 연일 상승 중인 삼성물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물산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 자사주 전량을 향후 5년간 분할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자사주는 보통주 2471만8099주(13.2%), 우선주15만9835주(9.8%)로 시가 약 3조원 규모에 이른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통한다.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소각과 함께 2025년까지 3년간 매년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를 재원으로 하는 배당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 배당수익 처리 비용을 빼면 사실상 관계사 배당수익 전부를 주주들에게 배당한다는 뜻이다. 최소 주당 배당금은 2000원이다.
삼성물산의 주주환원 정책은 주가로 즉각 반응했다. 지난 15일 11만1300원이었던 주가는 16일 주주환원 정책 발표 이후 장중 11만9000원까지 상승했다가 3.77% 오른 11만5500원에 마감했다. 17일에도 0.52%뛴 11만6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총수일가의 지분 가치도 덩달아 뛰었다.
현재 삼성물산은 3388만주(18.13%)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대주주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1166만2168주(6.24%),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1166만2168주(6.24%),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180만8577주(0.97%),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넷째 딸 덕희씨의 장녀 이유정 60만주(0.32%) 등 총수일가 지분율을 모두 합치면 31.9%에 달한다. 자사주 전량 소각시, 총수 일가 지분은 약 5.1%포인트 상승한다.
기존의 배당정책 유지도 총수일가에는 득이다. 삼성물산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투자 등 운영 재원으로 활용하고 배당수익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현재 지분을 보유해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S 등인데 삼성 계열사들이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어 배당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삼성물산이 지분 43.44%를 보유한 바이오로직스가 2025년께 배당정책을 도입하면 오너일가가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더 많아진다.
오는 4월 3회차 상속세 납부를 앞두고 있는 이 회장과 가족들은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연부연납이 끝나는 2026년까지 안정적인 배당수익이 필요하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담보대출까지 감안하면 담보물인 삼성물산의 주가가 높아질 수록 빌릴 수 있는 돈이 많아진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향후 3년간 연간 주주환원 총액은 배당 약 4000억원과 자사주 소각 약 6000억원 등 총 1조원으로 시가총액의 4.8%에 해당한다"며 "이론적으로 지금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12만2000원까지 상승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