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오키나와(일본)=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오키나와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자 장수마을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곳이지만, 정작 일본 내에서는 제일 '걷지 않는 지역'으로 손꼽혀왔다.
실제 2016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46개 지방 광역단체의 평균 걸음 수를 집계한 결과 오키나와 남성은 전국에서 38위, 여성은 39위를 차지했다. 일본 평균 걸음 수는 남성 7779보, 여성 6776보인데 반해 오키나와 남성은 1000보, 여성은 700보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오키나와현은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오키나와 시청이 '1일1만보(1日1萬步)' 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했던 것도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 지역민의 건강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오키나와 시청 시민건강과는 최근 애플리케이션(앱)까지 개발해가며 시민들의 걷기를 독려하고 있다. 자동차 사용비율이 높은 오키나와는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조차 모두 차를 이용하면서 건강은 물론 환경 오염문제도 제기돼왔다.
오죽하면 오키나와 사람들은 야구를 하다가도 택시를 부른다는 광고까지 나왔다. 볼넷으로 출루해야 하는 타자가 야구장을 뛰기 싫어서 택시를 불러 1루까지 타고가는 광고장면 뒤에 '걷지 않는 오키나와현 사람들'이란 자막까지 냈다. 오키나와 지역방송이 만든 이 광고는 걷기 독려 캠페인을 위해 제작됐다.
1일1만보 운동을 진행하는 모리구치 마리 오키나와 시청 시민건강과장은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오키나와는 전철이 없어 이동 수단이 자동차로 한정돼있다. 대부분 가까운 거리도 자차로 이동한다”며 ”여기에 오키나와는 여름이 길어 10월까지 덥다. 비가 많이 오고 자외선도 강해 장시간 외출해 걷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키나와 시청은 시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걷기만큼 효과적이고 쉬운 운동이 없다고 판단했다. 모리구치 과장은 "4000보를 걸으면 우울증을 예방하고, 5000보를 걸으면 치매와 심혈관 질환,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8000보를 걸으면 고혈압, 당뇨, 암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며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라카키 아키히로 시민건강과 건강추진계장도 "시민들에게는 꾸준히 걸으면 1년당 성인 한 명이 의료비 3만5000엔(33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시청에서는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라도 걷자’는 의미로 오키나와 시를 자치회별 37블록으로 나눠 ‘걷기 지도’를 발간했다. 공원, 체육관부터 동네 골목까지 직접 담당자들이 걸어보며 차도와 먼 안전한 길을 위주로 코스를 짰다. 코스별로 거리와 걸음 수도 ‘2.4㎞, 4000보’ 등으로 명시했다.
현재는 더 나아가 앱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원래는 만보기를 보고 직접 수치를 기입하고 스탬프를 받는 식의 캠페인도 진행했으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시에서 업체에 개발을 의뢰해 앱을 제작하게 됐다. 편리함에 이용자 반응도 좋다. 모리구치 과장은 “앱 개발 이후 걷는 수가 증가해 건강에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80%를 넘었다”고 강조했다.
시청에서는 이뿐만 아니라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걷기 교실도 열고 있다. 전문 강사를 초청해 올바르게 걷는 방법부터 가르치는 것이다. 오는 11일 오키나와 어린이 공원에서도 걷기 교실이 열릴 예정이다. 아라카키 계장은 “부모들이 초등학생 아이를 데려오기도 하고, 70세 고령자도 참여하는 등 연령대와 관계없이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키나와 시는 앞으로도 이같은 캠페인을 점차 확대해 ‘건강한 걷는 도시’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모리구치 과장은 “시민 한명 한명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킨다는 목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오키나와(일본)= 전진영 기자 jint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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