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동거녀 수색 13일째 빈손…유죄판결 어려워지나

이기영 허위 진술·시신 유기 가능성 있어
직접 증거인 시신 못 찾으면 혐의 입증 어려워
흉기·정황 등 증거 바탕 '유죄 판결' 사례도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이기영(32)이 유기한 50대 동거녀 A씨의 시신 수색 작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기영이 A씨 살해와 유기 사실을 자백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하면 자백만으로 구체적 혐의 입증이 어렵다. 경찰은 허위 진술 혹은 시신 유실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신 수색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8일 오후 경찰은 이기영이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경기 파주시 공릉천 인근 주차장 일대를 수색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수색을 종료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부터 13일째 A씨 시신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지난 여름 폭우에 시신이 한강으로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기영이 A씨 시신을 묻었다고 주장한 날짜는 지난해 8월7일쯤인데 같은달 중부지방에는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기영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유기 장소를 허위 진술했을 수도 있다. 이기영은 처음엔 강에 시신을 버렸다고 했다가 검찰 송치 전날 땅에 시신을 묻었다고 돌연 진술을 번복했다. 지난 5일 검찰 송치 당시엔 유기 장소 진술을 두고 "경찰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발언했고, 다음날 시신 수색 당시에는 땅을 파는 수사관들에게 "삽을 줘보라"며 훈수를 두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기영이 경찰을 상대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끝까지 시신을 찾지 못할 경우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살 여부와 사망 시각, 살해 방법 등 구체적 혐의 입증이 어려워서다. 이기영이 A씨 살해와 유기 사실을 자백했지만, 형사소송법상 용의자의 자백만으로는 유죄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기영이 무죄를 받을 요량으로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2010년 5월 경남 함안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방글라데시인 B씨는 한 중소기업 기숙사에서 동포인 방글라데시인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B씨가 범죄 사실을 부인한 데다 시신을 찾지 못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결국 2012년 8월 대법원은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피해자가 행방불명됐다는 사정만으로 사망했다고 속단할 수 없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라도 간접증거를 바탕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도 있다. 2019년 5월 제주도의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사건이 그 예다. 고유정이 전 남편의 시신을 훼손해 여러 장소에 유기한 탓에 끝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유정의 범행 사실 자백과 흉기 등 여러 증거가 확보됨에 따라 대법원에서 살인·사체손괴 등 혐의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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