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총격범, 동정여론 확산…'열사·영웅이라 불려'

'종교 2세' 문제 가시화…동정 여론 확산
전문가 "모방 범죄 가능성" 우려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야마가미 열사의 의거가 일본을 정화하고 있다. 그는 진정한 애국자다."

일본 내부에서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에 대한 동정 여론이 커지면서 그의 감형을 청원하는 서명운동까지 일고 있다. 그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아베 전 총리와 집권 여당 자민당에 대한 불만을 사실상 가시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도 "모방 범죄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치소에서 영웅으로 불러…감형 요구 서명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의 감형을 요구하는 청원.(사진출처=change.org)

일본 매체인 주간문춘은 지난달 27일 '야마가미 데쓰야의 옥중록'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구치소 수감 생활을 보도했다. 야마가미는 지난해 7월 8일 나라현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아베 전 총리를 총격 살해해 현재 오사카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의 관심 대상이며, '열사', '히어로'로 불리고 있다. 그가 사실상 자민당과 통일교와의 유착관계를 알렸고, 국민들의 반감을 사던 아베 전 총리를 공격했다는 이유에서다. 야마가미는 범행 동기에 대해 어머니가 통일교 신자가 된 뒤 거액을 헌금해 가정이 파산했고, 이에 통일교에 원한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현재 야마가미 앞으로는 음식과 옷 등이 계속 배송되고 있다. 대부분은 지인이 아니라 그와 일면식도 없는 지지자들이 보낸 것이다. 구치소 관계자는 “수용자 대부분이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총리를 살해하다니 대단한 용기라는 식으로 말한다”며 “심지어 자신과 형기를 바꿔주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간문춘에 전했다.

야마가미의 큰아버지도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내게도 마음을 전해달라며 음식이나 편지가 온다"며 "야마가미를 위해 노력해 달라며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가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동정 여론이 확산되는 중이다. 그의 생일이었던 지난해 9월 10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야마가미 데쓰야 생일'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글이 대거 올라오고, '생일 축하한다', '사랑한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업로드됐다.

온라인 서명 사이트에는 감형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2일 기준 1만299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청원자는 “이번 사건으로 통일교를 비롯해 신흥 종교를 믿는 부모 밑에서 자란 ‘종교 2세’의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며 “부모의 신앙에 의해 궁지에 몰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관대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아베·자민당 반감이 부른 현상…전문가 우려도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야마가미를 영웅으로 바라보는 현상은 아베 전 총리와 집권당인 자민당에 대한 반감과 맞닿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아베 전 총리는 마스크 논란 등 정책 실패로 빈축을 샀고,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20%대로 곤두박질쳤다. 모리토모·가케 학원 스캔들, 벚꽃 모임 논란 등 비리 문제도 여론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아베 전 총리 국장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종교 2세 문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부모의 종교 강요로 발생하는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배포됐으며, 통일교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안이 참의원을 통과했다.

총리와 집권당에 대한 분노가 만든 ‘야마가미 동정론’은 이제 아베 전 총리를 넘어 기시다 총리를 겨냥하고 있다. 자민당과 통일교의 연관성에 의혹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면서, 통일교 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던 기시다 내각의 관료들도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7일 통일교 단체에 회비를 지출한 의혹을 받는 아키바 겐야 부흥상을 교체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동정 여론이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미야 노부오 릿쇼대 범죄학과 교수는 "가족과 종교의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자기 정당화에 지나지 않는다"며 "야마가미를 혁명의 리더처럼 규정하고 추종하는 사람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우려를 산케이신문에 전했다.

데구치 야스유키 도쿄 미래대학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지지통신에 "동정하는 의미에서 그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범죄를 일으켜도 좋다고 정당화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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