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검찰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며, 성남FC 프로축구단을 후원한 기업들에 대한 사법처리 향방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기업들이 2015~2017년 성남FC에 광고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해당 기업 인사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법인들에 대해선 기소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졌다.
후원금을 내서 수사선 상에 오른 기업은 총 6곳. 두산건설(42억원), 네이버(39억원), 농협(36억원), 분당차병원(33억원), 알파돔시티(5억5000만원), 현대백화점(5억원)이다. 검찰은 각 기업들이 주요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성남시가 소유한 성남FC를 후원함으로써 뇌물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 것이 유력하다. 이를 위해 수사팀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문들을 세밀하게 검토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면세점 사업권 재선정 등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경기도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점을 주목했다. 이를 성남FC 사건에 대입하면 기업들의 뇌물 공여 혐의를 구성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은 이미 전 대표 A씨가 지난 9월30일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B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추가 기소가 있을지가 관건이다. 두산건설은 후원금 약 50억원을 내고 두산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병원부지의 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두산건설 건은 직접 챙겼다는 정황도 나왔다. 분당구 신사옥 건립은 두산건설의 오랜 숙원이었고 성남시는 이 점을 이용해 뇌물을 받고 이전까지 계속 불허되던 용도변경을 승인했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네이버와 분당차병원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는 2015∼2016년 공익법인 희망살림(현 주빌리은행)을 통해 성남FC에 39억원을 후원했는데 검찰은 그 대가로 제2사옥 용적률 상향 및 분당수서도시고속화도로 직접 진·출입으로 설치 등 네이버의 민원을 시가 들어준 것으로 본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희망살림 상임이사를 역임한 제윤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네이버 제2사옥 건축을 총괄한 네이버 계열사 대표 등을 불러 조사하고 이들의 혐의점을 파악했다. 옛 분당경찰서와 분당보건소 부지에 첨단(줄기세포) 의료시설 조성 추진 계획을 세운 바 있는 분당차병원 역시 2015∼2017년 성남FC에 33억원을 후원했다. 2018년 시는 분당차병원과 분당경찰서 부지의 기준용적률을 200∼250%에서 460%로 상향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편 오는 28일 나와 조사 받으라는 통보가 전달된 이재명 대표는 소환에 불응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수사팀에 통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전달되지 않지만 정치권에선 검찰에 출두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소환일에 '경청 투어'라는 이름으로 전남·광주 지역에서 일본 강제 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방문, 광주 현장최고위원 회의 참석 등 일정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한 차례 더 소환일정을 조율해 본 뒤 여의치 않으면 조사 없이 이 대표 등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