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켄타키 요야쿠시타?(KFC 치킨 예약했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일본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은 "크리스마스에 먹을 KFC 치킨을 예약했느냐"는 말이다. 보통 안부 인사처럼 쓰이곤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예약 구매 영수증을 찍은 예약 ‘인증샷’도 자주 등장한다. 일본은 크리스마스에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큰 버킷에 든 KFC,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 문화가 있다. 현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크리스마스 KFC는 일본의 전통문화"라고 말할 정도다.
일본 KFC는 크리스마스 전부터 치킨 사전 예약을 받는다. 치킨과 사이드 메뉴를 한데 모은 크리스마스 전용 파티 팩도 출시된다. NHK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예약은 지난 22일 마감됐는데, 일본 KFC는 “점포에 따라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으니 각 매장에 문의 바란다”는 공지도 함께 올렸다. 일부 매장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영업을 중단하고 사전예약분만 판매할 정도로 일본인의 크리스마스 KFC 사랑은 대단하다. 실제로 일본 KFC의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은 월평균 매출의 10배에 달한다.
이런 일본의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과거 일본의 경제 성장기와 맞닿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고도의 경제성장을 누리던 시기, 해외 프랜차이즈들이 일본에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KFC도 이때 들어와 1970년 나고야에 1호점을 열었다.
당시 KFC 치킨은 일본인에게 생소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개점 초기 매출이 저조하던 시기, 점장인 오오카와 다케시는 근처 기독교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에 산타 분장을 하고 치킨을 가져다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받았다. 오오카와 씨는 이를 흔쾌히 수락해 산타 분장을 하고 KFC 치킨 버킷을 안은 채 아이들 앞에서 춤을 췄다.
이것이 입소문이 나 오오카와 씨는 TV 인터뷰까지 하게 됐다. 그는 이 TV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에게 ‘크리스마스=KFC'라는 공식을 천명한다. “미국에서는 정말 크리스마스에 치킨을 먹나요?”라는 진행자 질문에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한 것이다. 그는 후일담으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치킨이 아니라 칠면조(켄터키)를 먹는다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거짓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거짓말과 상관없이 ‘미국은 크리스마스에 치킨을 먹는다’는 멘트 하나로 부진하던 일본 KFC의 매출은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1974년부터 일본 KFC 전 점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이 크리스마스 문화는 점장의 마케팅 성공사례인 것이다.
한편 또 다른 가설도 있다. 1970년 초 크리스마스에 일본 KFC에 방문한 한 외국인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해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칠면조를 구할 수 없으니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으로 대신한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무엇이 됐든 ‘켄터키’라는 이름이 일본 내 열풍을 몰고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 KFC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매년 새 CM송을 내며 TV 광고에 들어간다. 일본인들은 이때 KFC 광고만 봐도 벌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는 기분이 들어 설렌다고 한다. 무엇을 먹든 가까운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날. 크리스마스가 주는 설렘은 만국 공통인 듯하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