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포커스]'전세대출도 DSR 규제해야'...한은이 제안한 이유

한국은행이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전세자금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최근 고금리 영향으로 전셋값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정부는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잇따라 대출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는데, 한은은 집값 급등기에도 도입하지 못한 전세자금대출 DSR 규제 강화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전세자금대출이 일부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면서 주택가격 상승 및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온 점 등에 비춰 볼 때 대출 목적에 따라 DSR 규제 등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설명자료에선 이와 관련해 "전세자금대출에도 DSR 규제를 일부 적용하는 방안"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전세자금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DSR 규제는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로, 차주가 대출을 상환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소득 능력을 갖췄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다만 원리금 산정 대상에 전세자금대출은 서민금융상품, 이주비·중도금 대출 등과 함께 제외된다. 전세대출에까지 DSR이 적용되면 대출이 많은 차주의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 주거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매맷값뿐 아니라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한은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지난달 부동산 경기 침체에 힘입어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0~2021년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는 전세자금대출이 매달 2조~3조원 이상 늘어나는 급증세를 보였다. 저금리에 전세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 매입)' 확대로 이어지며 가뜩이나 불안한 매맷값을 더욱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에 정부 안팎에선 그동안 꾸준히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11월13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통해 "전세자금은 주거를 위한 일시적 부채라서 지금은 DSR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바뀔 필요가 있는지 장기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며 집값 안정을 위한 규제 확대에 불씨를 붙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계부채 저승사자'로 불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을 쏟아냈으나 전세자금대출 DSR 적용은 불발됐다. 당시 고 위원장은 "여러 각도에서 이를 검토했지만 대책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DSR 규제를 놓고 고민했으나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현행 유지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전셋값 하락기에 전세자금대출 DSR 규제 적용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처음 언급한 것은 그만큼 가계대출 관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이 전세자금대출"이라며 "DSR 규제가 적용 안되면 그것을 매개로 갭투자와 가계대출 증가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한은은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규제를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로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주택자의 실수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선 주거 안정 차원에서 현재와 같이 지원을 하되, 주택을 보유한 차주의 투자용 성격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DSR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질 지는 알 수 없다. 정부는 최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일단 DSR 규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최근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 규제까지 더하면 임대인의 유동성·신용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규제에서 실수요자를 구분한다는 게 전제가 된다면 가계대출 증가 억제 측면에서 검토해볼 만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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