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부동산PF 줄줄이 만기…유동성 '아슬아슬'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PF대출 크게 확대 리스크 부각
PF사업 좌우 주택값 하락 가팔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었던 시장 냉기가 조금씩 가시고 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상당수가 내년 상반기 이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어서 향후 대내외 충격이 발생한다면 유동성 리스크가 다시 부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부동산경기 부진이 더 심화한다면 금융기관 전반의 자본비율이 하락하고, 규제기준을 하회하는 금융기관이 속출할 전망이다.

2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건설·부동산업대출, PF대출 등 부동산 기업금융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9월말 전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2696조6000억원 중 부동산 기업금융은 107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건설·부동산업)과 PF(대출·유동화증권) 취급이 빠르게 확대됐으며, 보증기관의 사업자 보증도 2020년 이후 분양·임대보증금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대출의 경우 2017년 이후 부동산가격 상승세, 주택공급 확대 영향으로 건설·부동산업 대출이 지난 9월 말 58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수준으로 비은행권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PF대출은 9월 말 11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늘면서 PF 부실사태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히 잇단 금리상승과 부동산 경기 둔화, PF 관련 신용사건 발생 등을 계기로 부동산 기업금융의 유동성·신용 리스크가 크게 부각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신용경계감이 증대되면서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가 급등하고 발행과 차환이 크게 위축되면서 매입보증을 제공한 증권사·건설사의 유동성 리크스가 커지고 있다. PF-ABCP 유통·발행 가중평균 금리는 지난 3월말 2.2%에서 지난달 말 8.1%까지 치솟았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올해 10월 이후 정부와 한은의 시장안정화정책 등에 힘입어 PF유동화증권시장 불안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나 PF유동화증권 상당수가 내년 상반기 이전 만기도래할 예정이라 대내외 충격시 유동성 리스크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PF 대출의 경우 연체율 등이 PF부실사태가 터졌던 지난 2011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지난해 말 이후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고위험 사업장과 아파트 외 사업장에 대한 대출 규모가 저축은행, 증권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사업자 보증의 경우 공적보증기관이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어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지만 부동산경기 악화 등으로 보증기관의 대위변제가 늘어날 경우 정부의 재정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한은이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전국 아파트 가격이 향후 30% 하락하고 이런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된다는 가정을 적용하면 대부분 업권의 자본비율이 상당폭 하락하고 규제기준을 하회하는 금융기관도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국장은 "PF부실사태가 터졌던 2011년에는 시장금리가 하락세였는데 지금은 상승세고, 주택가격이 당시에는 하락 정도가 완만한데 지금은 올해 들어 주택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면서 "주택가격의 하락 정도가 PF사업의 사업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앞으로 주택가격 하락 정도에 따라서는 부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일시적 유동성 경색이 정상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단기자금시장 등에 대한 적기의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미분양 부담 완화를 위해 규제완화 등을 통해 주택수요 기반을 안정화하고 금융기관의 부동산 기업금융 취급 한도 관리를 통해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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