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애리기자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직장인 김예지씨(33)는 만기 된 적금으로 생긴 목돈을 두달째 수시입출금통장(파킹통장)에 넣고 대기 중이다. 예금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계속 관망했지만,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주춤하면서 다시 또 고민에 빠졌다.
금융당국의 자제 요청에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금리가 더 높은 곳을 찾아 움직이는 '금리 노마드(유목민)족'들의 움직임도 주춤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신규가입액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11월말 기준 정기예금 신규가입액은 약 71조751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말(80조1190억원) 대비 8조3678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중도해지액 역시 32조6462억원에서 28조4450억원으로 4조2012억원가량 감소했다. 고금리 시기 예금 갈아타기를 하던 금리 노마드족들의 움직임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노마드족들의 움직임이 감소한 것은 정기예금 금리 때문이다. 지난달 5%대까지 치솟았던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4%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주춤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은 이날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4.78%의 금리를 적용하며 ▲신한은행 쏠 편한 정기예금 4.80% ▲우리은행 WON플러스 정기예금 4.93%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4.9%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 4.85% 등이다.
이 상품들은 지난달만 해도 5%대 금리를 제공했던 상품이다. '우리 WON플러스'의 경우 지난달 13일 1년 만기에 5.18%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가장 먼저 5% 예금 시대를 열었고, 비슷한 시기 KB스타 정기예금도 5.01%, NH올원e예금도 5.10% 수준의 금리를 제공했다. 하나의 정기예금도 최근까지 5%대를 유지했지만 결국 4% 후반대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수차례 내면서 은행들의 눈치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되면서 무리한 자금 조달의 필요성도 줄었다.
한편 5대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가 주춤하면서 금리 노마드족들이 몰렸던 제2금융권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도 상호금융업계에 금리 경쟁 자제 메시지를 전달한 데 이어 지난 8일 특판 금리나 한도 등과 관련해 어떤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보고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자제 메시지도 있고, 시중은행들과 금리 경쟁할 요인이 줄어들면서 향후 특판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