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말고 특판 공부하자'…불타는 예·적금 티켓팅

'20 영업일' 신규계좌 개설제한 규제 있지만
특판 위한 '규제회피법' 찾아낸 금리노마드族
"한도제한 해제는 미리" 등 정보 공유도 활발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김선재씨(49)는 최근 고금리 특판상품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재테크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깜짝 놀랐다. 특판 가입을 위해 미리 알아둬야 할 정보가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메뉴위치부터 한도제한 계좌까지 미리 숙지해야 할 내용만 수십가지였다. 김씨는 "매번 특판 가입에 실패했는데 이 정도로 꼼꼼하게 공부해야 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자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특판을 잡기 위한 경쟁이 불타오르고 있다. 상품이 불과 몇 분 만에 매진되는 등 경쟁이 치열한데, 정보는 없다 보니 인터넷을 보고 특판가입 ‘팁’을 공부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건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규제를 어떻게 우회하는지다. 금융감독원은 2010년부터 대포통장과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 신규 계좌개설을 연속적으로 못 하게 규제하고 있다. 현재는 주말 및 공휴일을 제외한 ‘20영업일’이 지나야 새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며칠에 한 번씩 고금리 특판이 나오는데, 한번 상품에 가입하면 한 달이 지나야만 새 특판에 도전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권별로 계좌개설 규제를 회피하는 방법이 속속 공유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2020년 7월 나온 저축은행중앙회 ‘비대면 전용 보통계좌’를 이용하라는 식이다. 해당 상품은 여러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비대면으로 가입 가능한 게 특징이다. 애플리케이션(앱) SB톡톡플러스에서 만들 경우 20영업일에 제한받지 않고 여러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에 가입할 수 있다.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제한이 수시입출금통장에만 해당하는 점을 이용한 방법이다.

특판 출시가 잦은 신용협동조합에서도 각종 팁이 안내되고 있다. 특판 출시가 예정된 신협에서 입출금통장을 만들고 고금리 상품가입에 성공하면 입출금통장을 해지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만기 시 직접해지’로 특판에 가입하기만 하면 해지해도 불이익이 없다. 입출금통장이 사라지게 되지만 신협중앙회 앱 온뱅크로 받은 다음 다른 신협통장에서 찾을 수 있다. 20영업일 규제도 받지 않아 고금리 특판계좌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증언이다.

특판 '꿀팁' 공유하는 금리노마드族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관악신협에서 연 10% 금리 특판을 가입하기 위해 영업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시민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신협 특판에 실패했을 경우 다음 특판 출시를 대비해야 한다. 입출금통장을 잘 해지해야만 다른 특판 상품에 가입할 수 있어서다. 한도제한이 해제된 계좌가 있다면, 곧바로 입출금 상품을 해지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른 계좌로 가입금을 넘겨받아야 한다. 만약 한도제한 해제 계좌가 없다면 토스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플랫폼의 오픈뱅킹을 이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금리 노마드(유목민)족’들은 특판가입에 성공하기 위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전수하기도 한다. 약 2만명이 이용하는 한 재테크 커뮤니티 운영자는 최근 소속 구성원들에게 "평소에 다른 스마트뱅킹으로라도 거래를 해보고 미리 화면 구성을 익혀야 한다"며 "가입에 실패했다면 신 포도라 생각하고 분노하지 말고 다음 특판을 노리는 게 낫다"고 공지했다. ‘한밤중 갑자기 특판이 출시되는 경우가 많으니 밤새 10~20분 간격으로 새로고침을 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특판 가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도 미리 공유한다. 특판이 인기를 띄면서 수많은 가입자가 몰림에 따라 각종 전산사고가 자주 발생해서다. ‘중복 에러라는 메시지가 떴을 때 확인 버튼을 누르면 화면 밖으로 튕긴다’거나 ‘대기자가 많아 서버가 터졌다면 새로고침 하는 것보다 대기하는 게 훨씬 빠르다’는 식의 팁들이 주로 올라온다.

특판을 운용할 때는 ‘선납이연’ 방식을 이용하라는 제안이 가장 많았다. 선납이연은 예·적금 가입금을 조정해 최적의 이자를 얻는 재테크다. 매달 똑같은 금액을 넣지 않고 미리 목돈 일부를 예치한 뒤(선납), 남은 금액은 만기월에 늦게 내는(이연) 구조다. 개인의 자금상황에 맞는 예·적금 일정을 짤 수 있고, 예적금담보대출을 이용하면 이자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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