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윤기자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낙농가와 유업계의 원유(原乳) 가격 협상이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르면 내달부터 우유 등 유제품 가격도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체로 구성된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는 이달 31일까지 원유 가격 협상을 마치기로 협의했다. 낙농가와 유업체들은 원래 15일까지 협상을 마치기로 합의했으나 의견 차이로 협상이 결렬되면서 협상 시기가 한 차례 더 미뤄지게 됐다.
양측은 원유 가격의 인상 폭과 적용 시기 등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이후 협상이 지연돼온 만큼 이 시기 원유가격 인상분을 소급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원유 기본가격이 정해지면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대형 유업체들이 줄줄이 우유 가격 인상을 단행했었다. 낙농가와 유업체는 보통 6월부터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해 8월에 새로운 가격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가격 결정 체계를 기존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낙농제도 개편안을 놓고 양측이 갈등을 이어오면서 8월을 훌쩍 넘긴 이후에도 협상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낙농가는 제도 개편에 크게 반발했으나 여러 번 협상 끝에 협조하기로 입장을 선회했고 지난달 16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개편안이 통과됐다. 이후 같은 달 20일부터 원유가격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업계는 새 원윳값 인상 폭이 리터당 47~58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현재 리터당 2700원대 중반 수준인 흰 우유의 소비자 가격도 30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유를 사용하는 크림류나 치즈, 아이스크림 등 다른 유제품의 인상 행렬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체더치즈 등 일부 치즈 제품 출고가를 약 20%, 남양유업은 드빈치 등 치즈 제품을 약 10% 올린 바 있다. 매일유업도 사워크림과 휘핑크림 가격을 6∼7% 올렸다. 이번 협상 이후 또다시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 업체별로 많게는 1년에 3번까지 제품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에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상황 등이 겹쳐 사실상 유제품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라며 "이미 몇차례 협상이 결렬되고 예상보다 지연됐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